미래기획위, 55兆 규모 주주권 적극적 행사…MB노믹스와 배치논란 예고
이명박 정부가 55조원에 달하는 연기금 투자 지분의 권리를 활용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소극적인 대기업의 경영 행태를 적극 견제하는, 사실상의 ‘큰 정부’ 노선을 선언했다. 이는 작은 정부와 공공 개혁, 규제 완화 등을 핵심 기조로 하는 ‘MB노믹스’와 배치될 뿐만 아니라, 전문성이 떨어지는 연기금이 글로벌화한 기업 활동을 간섭해 결국에는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관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연기금 지분이 5% 이상인 139개 국내 기업은 정부의 관치 우려를 제기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은 26일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 대기업의 거대 관료주의를 견제하고, 시장의 공적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차 미래와 금융 정책토론회: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지배구조 선진화’에 참석해 “연기금 적립액이 작년 말 기준 324조원, 2043년에는 2500조원이 되는 상황에서 공적 연기금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본격적으로 검토돼야 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우리 경제는 아직 ‘노블레스 오블리주 구현’을 위한 성실 납세, 동반 성장 등이 취약하고 정부의 요구가 있어야 마지못해 움직이는 현실”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의 공적 기능 회복을 위해서도 공적 연기금이 주어진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 위원장은 “현재 우리 경제는 대기업들의 거대 관료주의를 견제하고, 시장의 취약한 공적 기능을 북돋울 수 있는 촉진자가 필요하다”면서 연기금의 역할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성실한 주주권 행사는 연기금 가입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법적 기본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민법상의 기본 원리일 뿐 아니라 국가재정법에서도 규정한 의무”라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또 “대기업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 대기업의 미래 전략 사업이 아닌 중소기업 업종으로의 문어발식 확장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는 공적 연기금이 보유한 주주권 행사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는 연설 말미에 “관치 논쟁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연금 자체의 지배구조를 개편해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인 과제”라고 짧게 언급했다. 곽 위원장의 이날 정책 제언은 이미 부처와의 조율과 대통령 보고를 끝낸 내용으로, 앞으로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