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7일 기준금리를 33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상했다. ECB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1.25%로 발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공조해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 풀기에 나섰던 흐름이 처음으로 통화 긴축 모드로 바뀌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ECB는 남유럽 재정위기 확대 등 유로존 전체의 경제 성장 여건은 좋지 않지만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가 2.6%로 통상 목표치인 2%를 훌쩍 넘어서면서 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게 됐다. 앞서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의 지난해 말 6000억달러 양적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증가하고 상품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유발되고, 이에 따라 다른 나라들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미 곡물가와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수입 물가 파장이 큰 한국 인도 중국 대만 등 주요 신흥국들은 인플레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성장률 둔화를 각오하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한 차례 이상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국제 식량가 폭등은 중동 시위사태의 기폭제가 되고 리비아 내전으로 인한 유럽의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의 최대 요인이 됐다. 유로존도 결국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반면 대지진으로 대규모 경기부양 돈풀기에 나선 일본은행은 이날 금리 동결 조치와 함께 추가 부양책을 내놓았다. 일본은행은 지진 피해가 장기화되면서 유동성 풀기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관심은 이제 ECB가 남유럽 재정위기 사태에도 불구하고 금리 추가 인상을 이어갈지 여부와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 정책을 언제쯤 중단하고 통화긴축에 나설지에 쏠리고 있다. ▶ECB 추가 인상 여부=이날 ECB의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금리 인상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5월에도 금리를 추가 인상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4차례나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금융시장에서는 향후 1.75%까지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결국 신청했지만 이미 노출된 위험이어서 유럽 금융시장에서 충격이 작은 편이고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경제 회복세가 탄탄해 물가 억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경제학자들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노동계 파워가 강한 유럽은 소비자 물가 인상이 신속하게 임금 인상 요구로 전이되는 구조여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선제적 방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금융시장에서는 남유럽 재정위기 악화를 우려한 트리셰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추가 인상에 대해 일부러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돌았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은 언제=유럽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은 결국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진앙지인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 지속 여부에 달렸다. 연준의 3월 FOMC 의사록에서 드러나듯 연준의 매파들도 최근 실업률이 8.8%로 떨어지고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가 커지면서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하고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하지만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최근 물가 인상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밝혀 양적완화 정책 지속 방침을 재차 확인한 상황. 로이터 통신은 8일 연준의 1차 대출 창구 거래 은행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연준이 올해 안에는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6월 종료 예정인 양적완화 조치는 예정대로 시행하고 하반기 물가 인상 여부를 점검해 이르면 내년 초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은 높은 실업률로 아직 서비스 물가가 낮은 상황이어서 에너지 및 수입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유럽에 비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낮은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고지희 기자/jg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