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간 ‘인트라망’을 주제로 다양한 공간적 형태를 선보였던 대구대학교 회화과 서진국 교수는 우주만물의 관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심해 왔다. 서 교수의 작품이 새기고 있는 겹겹의 그물망에서 공존과 성찰을 느낄 수 있다고 하여 인트라망에 비유된다. 불교에서 깨달음의 핵심인 연기법의 세계관을 상징할 때 쓰는 말이지만, 서 교수는 종교적 색채를 뛰어넘는 철학적 바탕에 의미를 둔다.
지난달, 독일말로 관계를 뜻하는 ‘Die Beziehungen’ 전시에서는 그물처럼 얽힌 모든 존재 간의 관계를 세분화하여 인간세계에서의 관계에 보다 주목했다. 그의 작품은 나와 너, 안과 밖, 과거와 현재 혹은 현재와 미래,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희망과 좌절, 부유함과 가난함 등과 같은 이항 대립적 가치들이 절대적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대체적 관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특히 점, 선, 면 등의 조형요소를 이용하여 그린 서 교수의 작품에서는 삼각형과 숫자 3이 돋보인다. “가장 완벽한 숫자”라는 서 교수의 작품은 삼각형이 주를 이루지만, 삼각형이 원을 이루고 사각형을 이루는 등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작품의 색깔이 변한다.
치밀하게 얽힌 그물처럼 정해진 원리와 관계성에 의해 삶이 지배받는다고 할 때 그것에 대한 역행이 빚어낼 혼란과 비생산성보다는, 순응으로 인해 생겨나는 조화와 신뢰에 자신의 삶을 맡기자는 의도다. 작가의 복잡하지도 단순하지 않은 조형 작업을 대면하는 독자들은 가끔 형이상학적 의도에 혼란을 느끼기도 하지만 일정한 반복과 패턴에 위안을 느끼며, 화려하거나 밋밋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원색보다는 여러 칼라의 조합을 통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색을 만들고자 한다”는 서 교수는 작품의 재료도 닥종이, 돌가루, 크리스탈, 연필, 핀, 게르마늄, 합판 등 제한을 두지 않아 ‘이 작가의 한계는 어디인가’ 물음표를 던진다. “작가의 의도는 몰라도 ‘그냥 좋다’는 것이 작품선택의 유일한 이유가 될지 모른다”는 서 교수는 “작가가 끊임없이 던지는 존재론적 질문이 매우 근원적이면서 보편적인 만큼, 독자들의 ‘그냥 좋음’과 맥이 닿았으면 한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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