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웨이밍(杜維明ㆍ71) 베이징대 고등인문연구원 원장은 중국 전통 유학(儒學)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세계화에 힘쓴 ‘유학의 전도사’로 불린다. 중국에서 전통사상으로 회귀하자는 일명 ‘공자 르네상스’ 바람이 불면서 유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뚜 교수는 유교가 중국의 새로운 문화정체성 모색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교가 대화를 통해 다른 국가, 지역, 종교, 철학 간 소통에 일조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21세기의 유교: 중국이 추구하는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위해 지난 24~25일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을 찾은 뚜웨이밍 교수를 만나봤다.
뚜 교수는 자유주의, 사회주의, 유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중국이 자기이해를 형성하고 새로운 문화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유교의 부활이 동아시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위한 가장 유익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면서 유교의 부활이 ‘문명과의 대화’에 기여해 다른 종교간 소통을 위한 기초를 형성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중국에서 공자가 부활하고 유교가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것과 관련해 뚜 교수는 중국이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전통 사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전통사상을 부정하고 서구의 문명을 받아들이는데 급급하다가, 1949년 공산주의 정권이 수립된 후에는 반(反)유가적 풍조가 극단적으로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뚜 교수는 베이징대에서 처음으로 유교를 강의했던 1985년 만해도 중국에서 유학은 생소했고 심지어 유학의 부활되면 중국의 현대화가 방해받을 것으로 우려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일반인 사이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전통사상으로 유교가 인기를 끄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정부가 나서 세계에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뚜 교수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됐고, 출판물이나 TV 등 모든 매개체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면서 “젊은층에서는 유교가 민족주의나 애국주의로 표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중국문화 전파를 위해 전세계에 공자학원을 설립하고 최근에는 베이징의 상징인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높이 약 2m 의 거대한 공자상을 세우자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소프트파워를 신장하려 한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뚜 교수는 “타인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개념의 소프트파워는 미국에서 나온 말로,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원주의를 표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아직 가난하기 때문에 자신의 것을 다른 나라에 강요하는 것은 비현실적” 이라고 말했다. 비록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국이 됐지만 1인당 GDP는 100위 이하로 국내에서의 안정과 균형 유지가 더 시급하다는 게 이유다.
뚜 교수는 미래의 세계는 반드시 다원화된 세계가 되야 한다며 다른 문명끼리 대화를 할 때 세계 화합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대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으로, 남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다. 경청을 통해 자신의 시야를 넓히고 사고력을 키우며 더 나아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는 대화체로 기록 돼 있다며, 이들의 대화는 한쪽이 다른 한쪽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고 뚜 교수는 말했다.
국가관의 관계도 대화가 없는 일방주의는 다른 문화를 무시하게 될 것이라며 타인의 존재방식과 신앙을 인정해야만 존중이 가능하고, 존중을 하게 되면 상대방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서양철학으로 해결하지 못하자 부정적인 시각이 나오고 아시아 정신을 재인식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뚜 교수는 “다국적 회사 CEO 들의 무책임함, 사회의 응집력 부재 등이 문제점으로 떠오르면서 이와 반대되는 동양의 유학에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유교 사상이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참고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유교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 바로 한국”이라며 “서방의 정신문명인 기독교마저도 한국에 들어와서는 유교적 요소가 녹아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주의적인 서구의 기독교와 달리 한국은 공동체와 협조를 중요하게 여기는 유교식 기독교로 뿌리를 내렸다고 그는 말했다.
뚜 교수는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한국의 모든 분야가 유교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하면서 대뜸 호주머니에서 1000원짜리 지폐를 꺼냈다. 그는 지폐에 그려진 조선시대 유학자인 퇴계 이황을 가리키며 한국에서 유학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뚜 교수는 비록 한국사회에서 남성 우월주의, 권위주의, 사회 불평등, 개인의 존엄성, 인권 등에 있어 유학의 부정적인 면이 드러났지만, 금융위기 때 전국민이 하나된 마음으로 뭉치는 모습이나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모습 등에서 화(和)를 강조하는 유학의 긍정적인 면이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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