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혁명 불길 이집트 휩쓸고

리비아·예멘·알제리 거쳐

이란·사우디아라비아까지 위협

어디까지 갈까…예측불허

예멘, 강경진압에 사망자 속출

알제리 강온양면 전략 구사

요르단, 선거로 대표자 선출키로

바레인 유혈충돌로 사태 악화

각국 대응방식도 각양각색

튀니지에서 발원한 시민혁명의 불길이 중동의 맹주국 이집트를 휩쓸고 리비아와 예멘, 바레인, 알제리, 요르단 등지로 옮겨 붙었으며 이란과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도 위협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시위는 이슬람 종파 간의 갈등이나 억압적인 지배 체제에 대한 불만 등 국가마다 고유한 사정이 겹쳐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공화정과 왕정 등 정치체제도 다양하고 각국 지배세력의 대응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장기 독재 집권으로 인한 부패와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고실업, 인플레이션, 빈부 격차 등이 시민혁명의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또 이번 시위 사태가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이 지역의 민주화 확대를 견인하고 막강한 피플파워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리비아에서 유혈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강온책을 펼치고 있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중혁명이 어떠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지 현재로서는 예측불가다.

▶예멘=예멘 국민들의 분노는 2013년 임기가 만료되는 살레 대통령이 종신 집권을 기도하자 폭발하기 시작했다. 집권당인 국민의회당(GPC)은 지난 1월 대통령 연임 제한 규정을 철폐하는 헌법 개정안을 야당의 불참 속에 의결한 데 이어, 오는 4월 총선일에 국민투표를 거쳐 개정 헌법을 확정지으려 했다.

살레의 집권 야욕이 드러나자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는 수도 사나뿐 아니라 타이즈 아덴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경진압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시위 열기는 계속됐다.

이런 가운데 32년 동안 장기 집권하고 있는 살레 대통령이 중도 퇴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살레 대통령은 시위 배후에 자신의 반대파가 있다면서 오직 선거를 통해서만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고 21일 AFP통신이 전했다.

그는 시위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밝힌 뒤 “반대파는 그들의 요구 수준을 높이고 있는데 그 중 일부는 불법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예멘에서는 지난 11일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된 이후 시위 도중 12명가량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알제리=리비아와 국경을 접한 알제리의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 정부는 리바아의 카다피 체제처럼 시위대에 강경 대응하면서도 19년 된 국가비상령을 조만간 해제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강온 양면책을 쓰고 있다.

알제리 헌법의 대통령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하고 2009년 4월 3선에 도전해 재집권에 성공한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영 APS통신을 통해 “아주 가까운 시일 안에 비상령을 해제하겠다”면서 이를 대신할 테러 대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알제리 정부는 지난 2일 수도 알제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때 대규모 경찰력을 배치, 시위 참가자 수천 명 중 400명을 연행하는 강경책을 폈다.

이런 정부의 강온 정책으로 알제리 내 민주화 시위 기세는 다소 수그러진듯 보였으나 19일(현지시간) 다시 반정부 시위대와 진압 경찰이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현지 신문에 따르면 약 1000명의 시위대가 “부테플리카(Bouteflika) 물러나라” “시민들은 정권이 물러나길 원한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알제리”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도했다. 수천 명의 경찰 병력이 그들과 마주했으며 진압복을 착용하고 곤봉 등으로 시위대를 저지했다.

하지만 오일달러에 힘입어 1500억달러의 외화보유액을 자랑하는 현 정권이 서민층을 달래는 경제 정책과 정치 개혁을 조속히 이행한다면 시위대의 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요르단과 바레인=6주째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요르단의 왕 압둘라 2세는 지난 9일 새 행정부를 수립하고 정치 개혁의 일환으로 선거에 의한 대표자 선출과 대중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한 정당과 청렴을 강조했다.

압둘라왕은 새 정부를 향해 “실질적이고 빠른 개혁 법안을 제정하라”고 지난 20일(현지시간) 하달했다고 CNN은 전했다.

1인당 GDP가 2만달러가 넘는 바레인의 시위는 시아파에 대한 차별 철폐에 주력하고 있다. 시아파는 국민의 70%를 점하고 있지만 23개 각료직 중 4개만을 차지하고 있고 요직은 거의 수니파가 장악하고 있다.

바레인의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국왕은 지난 18일 반정부 시위에 따른 유혈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정당과의 대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대가 21일 알 칼리파 국왕의 대화 요구를 거절하면서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이른바 ‘젊은 2월 14일’로 불리는 시위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대화는 명백히 정부가 시위대를 감시하기 위한 조치”라며 정부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그동안 시위대를 공격한 관련자들을 법정에 세울 것을 요구했다.

바레인은 지난 17일 수도 마나마의 펄 광장에서 시위가 열린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7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이란과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자원 부국에서도 경제난과 개혁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시위가 번지고 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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