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은 본회의 이틀 전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으로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며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는 주장을 거듭 폈다. 국민 대다수의 뜻은 달랐다. 국민은 수십만명 이상이 집결한 시위와 각종 여론 조사를 통해 계엄 선포가 잘못됐으며, 윤 대통령이 직무를 더 이상 계속해선 안된다는 분명한 의사를 밝혔다. 탄핵안 가결은 단지 민의의 인증 절차에 불과했다. 미국 정부는 직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주장과 다르게 ‘가장 고도의 정치’는 위헌·불법적 계엄이 아닌 이에 대한 국민의 심판과 시민의 응집된 민주주의 요구에 있었다. 우리 스스로 뿐 아니라 동맹·우방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견 없는 평가다. 계엄에서 탄핵까지 미 정부가 일관되게 보여준 입장은 이를 방증하는 여럿 중 하나의, 그러나 강력한 사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 장관은 14일(현지시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한국 국민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것”이라고 했고, 백악관과 국무부도 별도로 한국 국민과 민주적 절차 및 법치에 대한 지지를 밝히며 “한미동맹은 굳건하다”고 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는 통합과 회복, 절차적으로는 심판과 단죄의 시간에 들어섰다.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와 정부는 추운 거리에 나섰던 시민들의 민주적 열정을 국민 통합과 국정 정상화, 민생·경제 회복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여야와 정부가 참여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대통령이 직무 정지가 됐으니 국민의힘도 여당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이 대표의 제안을 거절하고 향후 당정 협의를 통해 국정을 수습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금 누가 여당이고 야당인지 가리자며 싸울 때인가. 국민이 부끄럽지 않은가.

민주화와 산업화의 주역인 기성세대와 K-팝의 세례 속에 성장한 젊은 세대가 어우러져 한 목소리로 외친 것은 특정 정파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을 ‘나라다운 나라’로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절박하고 준엄한 요구였다. 여야는 국정 정상화와 경제 회복을 최우선에 놓아야 한다. 국민이 한겨울 여의도 거리에서 다시금 확인한 통합과 민주주의의 뜨거운 에너지를 정국 주도권 다툼과 조기대선 경쟁으로 걷어차선 안된다. 아울러 수사 기관은 진상규명에, 헌법재판소는 오로지 법과 민의에 기초한 신속하고 엄정한 탄핵 심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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