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정국으로 경제가 사방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2022년 금융시장 불안 당시 수준을 넘어섰고,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은 단 4거래일 만에 144조원 이상 증발했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통상 리스크로 타격을 입고 있고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는 꽁꽁 얼어붙었다. 경제 지표들이 일제히 추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환율 상황이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은 9일 1437원으로 치솟으며 750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이 불안했던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달러 선물을 매수하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데 정치적 혼란이 이어질수록 더 가속화할 게 분명하다. 그 여파는 크다. 수입 물가·소비자 물가가 상승하고 결국 소비 위축과 기업 경영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대외신인도 하락은 시간 문제다. 단지 금융시장 불안에 그치지 않고 실물 경제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둔화세가 뚜렷해진 것은 더욱 우려스럽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12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11월 수출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1.4%로 작년 9월(-4.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글로벌 수요 감소와 미국의 통상정책 불확실성 탓이 크다. 당장 다음달 출범하는 트럼프2기를 앞두고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데 우리만 골든타임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높은 관세로 대미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GDP는 약 0.4%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내수는 정국 혼란의 직격탄을 맞았다. 연말 송년회가 줄줄이 취소되고 쇼핑 특수도 위축돼 자영업자들은 울상이다. 한류 영향으로 붐이 일기 시작한 한국 관광도 얼어붙게 생겼다. 코로나때보다 더 혹독한 겨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시장도 침체에 빠져 가계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소득 하위층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다. 양극화는 더 벌어질 판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가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린 형국이다. 지금 상황은 정부 경제팀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경제만큼은 정치권이 힘을 합쳐 비상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시장 불안을 해소할 다각적인 방안을 찾고 실질적인 정책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지금까지 행보와는 달라야 한다. 이후 정국 상황을 감안해 수권정당으로서의 책임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국민이 더 이상 고통받게 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