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병력을 동원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 의결을 거쳐 6시간만에 해제됐지만 헌법과 법률 위반 소지가 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아울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이날 체포했다. 윤 대통령은 7일 담화를 통해 “계엄 선포와 관련,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며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다음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추진하겠다며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을 사실상 직무에서 배제하고 한덕수 국무총리 책임 하에 정부와 여당이 국정운영을 한다는 것인데,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은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군통수권은 누가 대리하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헌법에 따르면 계엄의 물리적 의미는 병력 동원이며, 이를 통한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 기관 기능의 강제적인 제한이다. 77조1항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병력 동원의 조건과 목적·절차·실행이 적법했느냐일 것이다. 군통수권자의 위헌·불법적인 병력 동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의 존립 자체를 직접적, 즉각적으로 위협한다. 8년 전인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의 탄핵 국면과 이번 사태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다.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 부쳐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05명이 투표에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 여당은 ‘탄핵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고 표결을 무산시켰다. 여당은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주장하고 있으나 9일까지도 구체적인 방안과 시한을 제시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의 자진사퇴, 임기단축 개헌 등 방식과 퇴진 시점을 두고 당 내 갑론을박 중이다. 반면 야당은 매주 임시국회를 열어 가결될 때까지 탄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의 군통수권은 ‘정치적 책임’의 영역에 있을 수 없다. 헌법으로 규정된 권한과 의무의 엄격하고 자명한 범위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한 순간의 공백이 있어서도 안된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군통수권은 누구에게 있고, 누구에게 있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답을 할 수 없는 어떠한 수습 방안도 불가하다. 여야 모두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