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직후 한국의 금융·외환시장은 발작수준의 경기를 일으켰다. 한국경제가 안갯속의 혼미한 지경으로 진입할 우려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 확보에 나서면서 원· 달러 환율은 한때 1440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 쿠팡 등 한국의 주요 기업 주가는 뉴욕과 런던 증시에서 급락했고 한국거래소의 비트코인은 한때 5000만원이 폭락하는 등 주요 가상화폐들도 30~40%의 가파른 낙폭을 기록하며 패닉에 빠졌다. 주식투매 우려에 개장을 주저하던 한국거래소는비상계엄이 해제된 뒤에야 주식시장을 정상 개장했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흔들리는 가운데 내수 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강도 관세 정책에 이어 내부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한국경제가 사면초가의 위기다. 비상계엄 후폭풍 장기화로 한국경제가 더 큰 수렁에 빠질 것이라는 신호를 해외에 발신하게 되면 한국경제에는 재앙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를 갖고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모든 가능한 금융·외환 안정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했지만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도록 실효적 안정화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정불안이 오랫동안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는데 이번에 재발하지 않도록 신속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투자가 더 위축될까 우려스런 상황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500대 기업(매출액 기준)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6.8곳이 내년 투자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를 앞세운 미국의 자국 이익 중심의 통상 정책이 강화되고 대중국 압박 수위도 높아진다면 한국 기업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내수 시장이 좋은 것도 아니다. 실제 기업들은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로 부정적인 국내외 경제 전망(33.3%)과 내수시장 위축 전망(16%)을 꼽았다.

경제가 어려울 때 위기 극복 열쇠가 된 것은 기업의 투자인데 현재는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동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세제 지원 같은 인센티브로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인하고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규제는 지양해야 가능한 일인데 규제개혁 입법이 뒷전에 밀려있는 국회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한국의 규제가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되면 경제성장률이 1.4%포인트 정도 높아질 수 있다는 세계은행(WB)의 분석을 접하면 더 아픈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