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한 ‘금투세 폐지법’ ‘K칩스법’ 등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 쟁점법에 발목

기재위 파행 놓고 여야 ‘네 탓’ 공방

여야 원내대표 협상테이블 오를듯

기재위 파행 이유 설명하는 송언석 기재위원장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29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날 예산안 관련 세법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던 기재위가 파행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2년 유예안’ 등 세법 개정안을 논의해 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협상이 29일 무산됐다. 여야 의견이 일치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법’을 포함해 여야 합의로 법안심사소위를 이미 통과한 법안들까지 발목이 잡혔다.

‘가상자산 과세-배당소득 분리과세’ 연계도 불발

국회 기재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법과 경제·재정 관련 법률안들이, 이것을 기다리는 굉장히 많은 국민들과 기관·단체들이 있을텐데도 처리되지 못한 점에 대해 기획재정위원장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개최될 예정이었던 기재위 조세소위가 끝내 불발되면서, 11시 전체회의까지 파행된 사태에 대한 사과다.

조세소위에서는 ▷배우자 및 자녀 세액공제 기준금액 등 상향안(상속·증여세법 개정안)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소득세법 개정안)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금투세 폐지법(소득세 및 조특법 개정안)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여야는 입장차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이 중 대부분은 내년도 예산안과 연계된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돼, 심사 시한(11월30일) 내 타결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 위원장은 3가지를 최종 쟁점으로 꼽았다. 그는 “소득세법이 합의 이르지 못한 중요한 부분은 가상자산 과세 문제”라며 “현재 250만원인 공제금액을 5000만원까지 상향해서 내년에 과세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의견도 제시된 바 있는데 결국 이 부분이 합의되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특법과 관련해서는 기업의 ‘밸류업’에 대한 지원을 하자고 배당소득을 과세에서 분리하자는 정부의 입법안이 있었는데, 이 법안에 대해 민주당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들었다”며 “(상속·증여세법은)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자는 정부 입법안 대해 민주당에서 ‘수용하기가 어렵다’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고 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5000만원 상향안을 수용하는 대신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을 처리하자’는 대안까지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여당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을 보는 건 투자자의 0.1% 밖에 안 된다”며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나 싶었는데 그것도 (협상이) 안 되더라”고 부연했다.

국회 기재위 파행
29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이 비어 있다. 이날 기재위는 조세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 관련 세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열리지 못했다. [연합]

예산 부수법안 지정…여야 원내대표 협상 수순

관련 협상은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넘어갈 전망이다. 물리적으로 예산안 심사 시한인 ‘30일 자정’까지 기재위 차원 협상이 가능하지만 실제 타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법인세법, 조특법 등 정부가 제출한 세법 개정안 13건을 포함한 총 35건을 예산 부수법안으로 앞서 지정했다. 이 중 28건은 기재위 소관법으로,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 등 다수의 여야 쟁점 법안이 포함됐다.

송 위원장은 “물리적으로 11월30일 밤 12시까지 (간사 협상의) 시간이 남아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토요일에 상임위를 열거나, 본회의를 열거나 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거의 사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민주당이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각 상임위나 본회의 운영과정에 대해, 수 십년 동안 국회가 잘 만들고 지켜온 관례들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與 일방적 통보”…“野 비쟁점법 처리마저 거부”

여야는 기재위 파행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오늘 회의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회의를 못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주요 민생법안 처리를 앞두고 거대야당의 완력 행사가 또 시작됐다”고 반박했다.

야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여야 간) 합의한 대로 위원회 대안에 포함시키고 합의하지 않은 건 대안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으로 최종 합의했다”고 했지만, 박수영 의원은 “이견 차가 큰 소득세법(가상자산 과세 유예), 상속·증여세법(상속세 완화), 조특법(배당소득 분리과세)은 양당 원내대표 간 협의로 하더라도 쟁점이 없는 11개 세법안에 대해서는 금일 상임위에서 처리하자고 설득했으나 민주당이 이마저도 거부했다”고 했다.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경제재정소위와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를 여야 합의로 통과한 법률안 5건만이라도 전체회의에 상정해 이날 처리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국 파행됐다.

이를 놓고 송 위원장은 “좀 더 논의를 진전시키다 보면 또 다시 기회가 생길 수 있고, 의견이 수렴될 수도 있는 상황을 민주당 의원님들께서 너무 일찍 파기하고 가신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투세 폐지법 등 여야 합의가 이뤄진 쟁점법안 내용만이라도 처리되지 않은 것에 대해 송 위원장은 “(합의되지 않은) 나머지 법안들이 폐기돼 버리면 다음에 논의할 기회조차 없어지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