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환율 120루블/달러로…우크라전 이후 최고치
푸틴 “상황 통제 중…공황상태 빠질 이유 없어”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러시아가 루블화 추락에 따른 공황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을 위시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CBR)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이날부터 연말까지 국내 통화시장에서 외화 매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전날 밝혔다.
루블화의 미 달러 대비 환율은 27일 한때 120루블/달러까지 치솟았다. 우크라전 발발 전까지만 해도 75∼80루블/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루블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CBR의 발표 후 이날 오전 환율은 110루블/달러를 기록했다.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혼란이 예상되자 러시아 당국에선 진화에 나섰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지난 26일 루블 가치 급락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면서 “수출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블 가치가 하락하면 러시아산 상품이 세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은 수입품을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하므로 이미 치솟은 러시아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길 위험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예산 집행과 계절적 요인에 따른 통화 변동을 언급하며 루블화 하락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고 나섰다. 그는 “상황이 통제되고 있으며 공황 상태에 빠질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RIA노보스티가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 역시 “국민들이 루블로 급여를 받기 때문에 일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매체들과 로이터통신, AFP통신에 따르면 루블화 가치가 하락한 이유는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의 긴장이 고조된 영향이 크다.
여기에 미국이 지난 21일 러시아 가스프롬은행을 제재 명단에 포함하면서 루블화 약세가 가속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의 자회사인 가스프롬은행은 러시아와 유럽 국가 간 천연가스 거래 결제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20%대의 높은 이자율을 내건 러시아 은행 예금 상품에 자금이 몰리면서 러시아 주식시장이 올해 20% 이상 하락한 것도 루블 폭락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1%까지 올렸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루블화 약세가 러시아의 경제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티모시 애쉬 블루베이자산운용 신흥시장 전문가는 “루블화가 급락하면서 러시아에 환율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 같은 약세는 인플레이션과 기준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셉 브루수엘라스 RSM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7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러시아에 대한 지난 2년간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혼란을 주기 시작했다”며 “이 외에도 전쟁으로 들어가는 자금과 자원으로 인해 경제가 과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