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외교 노선 유지…지론 ‘아시아판 나토’는 거론 안해

이시바 시게루
이시바 시게루(오른쪽) 일본 총리가 페루 라마에서 열렸던 APEC정상회의 때 쥐스탱 튀르도 캐나다 총리의 악수를 앉은 채로 받고 있다. [일본총리관저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지난달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숙한 외교 매너로 자국에서 비판받았다.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의자에 앉은 채 서 있는 다른 나라 정상과 악수를 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으며 단체 사진 촬영에 빠지는 등 외교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고 21일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5∼16일 페루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자신에게 인사하러 온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과 앉은 채 악수에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보통은 새 총리가 먼저 인사를 하며 돌아다녀야 할 장면으로 주변에서 도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5일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두 손으로 시 주석과 악수를 한 것도 일본 내에서 파문을 일으켰다.

외교 의례에서는 정상 간 대등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두 사람 모두 오른손으로 악수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선거 유세에서 유권자와 악수할 때 버릇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가 지난 9월 사망한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느라 시간이 늦어져 APEC 정상회의 단체 사진을 찍지 못한 것도 입길에 올랐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 묘소 참배는 이시바 총리가 원해 갑자기 일정이 추가된 것이었다.

이시바 총리는 역대 최장인 통산 8년 8개월 총리로 재임한 아베 신조 전 총리나 외무상을 4년 넘게 지낸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비교해 외교 경험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요미우리는 이시바 총리가 페루 APEC 정상회의와 18∼19일 브라질 G20 정상회의에서 전임 기시다 내각의 외교 노선을 계승하면서 안전 운행을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이시바 총리는 APEC 정상회의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미일 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력 등 기시다 외교 노선을 유지할 방침을 강조했다.

또 시 주석과 회담에서는 지난해 11월 기시다 전 총리와 시 주석 간 약속한 ‘전략적 호혜 관계’ 구축을 재확인했다.

반면 이시바 총리는 자신의 지론인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구상 등은 정상회의와 정상회담에서 거론하지 않았다.

요미우리는 “정상끼리 직접 협상을 선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정상외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면 “아베 전 총리처럼 (트럼프 당선인과) 양호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