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OLED 공급받기로 이달 확정
커지는 프리미엄시장 맞춰 제품군 다변화
LG디스플레이 OLED 150만~200만개 공급 예상
내년 1월 5일 개최 ‘CES 2022’에 사안 발표할 듯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국내 가전 맞수인 삼성과 LG가 TV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손을 잡는다. 삼성전자는 내년 자사 프리미엄TV에 LG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사용키로 했다. 다음달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될 전망이다.
20일 관련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자사 프리미엄TV에 LG디스플레이의 OLED를 사용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달 LG디스플레이의 OLED 공급이 확정됐다”며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와 별개로 LG디스플레이 패널을 받아 사용하는 OLED TV가 출시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안은 내년 ‘CES 2022’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업을 통해 삼성전자는 프리미엄TV 라인업을 넓히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를 이용한 QD-OLED TV를 내년 출시하고,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을 탑재한 OLED TV를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 등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TV제품군을 생산해왔다.
전체 TV시장의 규모는 감소하고 있지만 OLED를 활용한 프리미엄TV시장은 오히려 커지는 추세라는 점이 이번 계약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프리미엄 OLED TV 출하량은 153만9000여대로, 지난해 동기(93만1000여대)보다 늘었다.
삼성전자가 당장 OLED TV 생산량을 늘리려면 LG디스플레이와 같은 최대 공급자와의 협력이 필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 생산할 수 있는 QD-OLED 패널 출하량은 최대 100만대로, 삼성전자 연간 TV 출하량(5000만대)의 2%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전 세계에 OLED TV 패널을 사실상 독점 공급 중인 LG디스플레이의 패널 생산량은 올해 연 800만대에서 내년 1000만대, 2023년 1100만대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기관 DSCC(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TV동맹’이 내년 디스플레이업계의 최대 화두라고 밝혔다. DSCC는 글로벌 TV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내년에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TV 패널 150만~200만개, LCD TV 패널 400만~500만개를 공급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 양사 모두에 긍정적인 협업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 기관은 “LG디스플레이가 주요 브랜드들의 고급 TV에 화이트(W)-OLED를 공급하는 TV 기술개발업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돼 최대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로서도 LG디스플레이의 OLED TV 패널 도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삼성전자로서는 TV제품군을 다양화해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과 LG, 세트와 부품사 간 합종연횡 활발해질 듯"
삼성전자 TV에 LG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탑재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경쟁관계를 초월한 전방위적 협력 흐름이 글로벌 무대서 더욱 짙어지고 있다. 앞서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등으로 손잡았던 삼성과 LG가 TV로도 협력관계를 강화해 세트와 부품사 간 합종연횡이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 화두인 ‘글로벌 공급망’과도 맞물려 양사 동맹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의 협력은 주요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삼성전자는 올해 9월 출시한 중가 스마트폰 ‘갤럭시A52’에 대해 LG이노텍으로부터 전량 칩온필름(CoF)을 공급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갤럭시A72’는 LG이노텍과 스템코 두 곳으로부터 CoF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oF는 최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중 하나로 꼽힌다. 스마트폰에서 디스플레이 패널과 연성회로기판(FPCB), 드라이버 IC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필름을 말거나 접는 것이 가능해 제품을 얇고 작게 만들 수 있는 게 장점이다.
LG이노텍 역시 삼성전자로부터 이미지센서를 매입해 카메라 모듈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LG이노텍 사업보고서에는 지난해부터 소니 외에도 삼성전자가 이미지센서 주요 거래처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또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액정표시장치(LCD)를 공급받아 TV를 만들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삼성전자가 내년 미니LED TV 등에 사용되는 LCD 패널 공급망에서 샤프와 LG디스플레이 비중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것으로, 중국 업체와 타국 업체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왔다.
DSCC(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는 삼성전자가 내년에 LG디스플레이로부터 LCD TV 패널 400만~500만개를 공급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이달에는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기로 확정해 업계 주목을 받는다. 두 회사의 협력으로 OLED TV시장의 규모도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에 유일하게 OLED 패널을 공급했지만 현재 소니, 파나소닉 등 총 19개사로 공급처를 늘렸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OLED TV 출하량은 272만대로, 이 중 LG OLED TV가 174만대를 차지해 63.6%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를 공급받고, LG디스플레이의 백색유기발광다이오드(WOLED)를 공급받으면서 OLED TV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가전과 부품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삼성과 LG가 협력을 강화하면서 국내 산업의 시장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제혁 DSCC(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 대표이사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협업으로 국내 OLED TV 경쟁력 성장에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같은 협력 사례가 향후 글로벌 공급망 확보 이슈 관련 세트와 부품사 간 선례로도 남을 수 있다는 분석도 따른다. 우수 기술을 융합해 고객 혁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이미 스마트폰을 비롯해 완제품 분야에서 경쟁관계인 삼성전자와 애플 등도 협력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D램이나 액정표시장치(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같은 부품을 애플에 공급하고, 애플이 설계한 자체 프로세서(AP)의 수탁생산(파운드리)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와 애플은 업계 최초로 스마트TV에 ‘아이튠즈 무비 & TV쇼’와 ‘에어플레이2’ 서비스를 탑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