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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천 화재 대참사]드라이비트가 뭐길래…불길이 건물 삼키는데 단 7분
-1층서 시작된 불…드라이비트 타고 삽시간 번져
-1층이 기둥 뿐인 필로티…원활한 통풍으로 불 더 키워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데 걸린 시간은 단 몇 분에 불과했다. 드라이비트라는 건물 마감재와 필로티 건물 구조가 화재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스포츠센터 화재가 최초로 신고된 시각은 오후 3시 53분. 행인이 1층 주차장 차량에서 화재가 났다며 신고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화재는 건물 상층부까지 번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소방대가 도착했던 시각인 4시 정각 불은 이미 건물 전체를 휘감은 상태였다. 이 때까지 걸린 시간은 단 7분. 소방대가 신속히 진화 작업과 함께 인명 구조에 나섰지만 크게 번진 불과 유독 가스로 구조 작업은 더디기만 했다. 

[사진=화재로 29명이 사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이 22일 오전 처참한 외형을 드러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화재가 순식간에 외벽을 타고 번졌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화재를 목격한 주민은 “굉음이 들려 쳐다봤더니 주차장 건물 모서리의 간판에 불이 붙더니 2층 간판으로 순식간에 옮겨붙었고, ‘펑’ 하는 소리가 3∼4번 나더니 불이 외벽을 타고 위로 번졌다”고 말했다.

이같이 순식간에 불이 건물 전체로 번졌던 요인으로는 건물 마감재인 드라이비트가 꼽히고 있다.

드라이비트는 건물 외벽에 접착제를 바르고 단열재를 붙인 뒤 유리망과 마감재를 덧씌우는 방식의 단열 시공법으로 뛰어난 단열효과를 자랑한다. 또한 접착제를 바르기만 하면 시공이 가능해 공사 기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용 절감 차원에서 단열재로 스티로폼 등 저렴한 재료가 쓰이다 보니 화재에 취약하고 연소 시 많은 양의 유독가스를 내뿜는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5년 1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 당시에도 드라이비트가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정부 사고 이후 법이 개정돼 6층 이상 건물에는 가연성 외장재의 사용을 금지했지만 화재가 난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은 법 시행 전인 2011년 7월에 준공이 돼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1층이 기둥뿐인 필로티 구조의 건물 형태도 이번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로티는 벽면 없이 기둥만으로 상층부를 지탱하는 구조의 저층 개방형 건축물로 통풍이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화재 시 불이 상층부 외벽으로 옮아 붙기 쉽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1층에는 차량 15대가 주차돼 있고, 이곳에 여성 사우나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었다. 당시 유일한 출입구였던 1층 필로티 공간이 유독가스의 유입 통로가 되면서 피해자들의 피신이 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이 소방당국의 추측이다.

한편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 수는 이날 오전 7시 기준 총 29명이다. 밤새 남성 1명을 제외한 사망자 28명의 신원은 모두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에도 인명 수색작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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