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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성실한 배우 주원의 ‘서른을 기다리는 법’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배우 주원(29)은 성실하다. 2010년 ‘제빵왕 김탁구’로 안방극장에 데뷔해, 한 해 2~3편의 작품에 꾸준히 얼굴을 비췄다. 5년여 간 공백기가 없었다. 뮤지컬 무대에 처음 선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10여 년을 쉬지 않고 달려온 셈이다.

그렇게 20대가 훌쩍 지나갔다. 두 달 뒤면 그도 서른이 된다. 그 사이 촬영 현장엔 후배들도 제법 생겼다. 드라마 ‘각시탈’, ‘굿 닥터’, ‘용팔이’ 등 대표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도 늘었다. 안방에선 ‘시청률 보증 수표’라는 기분 좋은 수식어도 따라붙었다.

여전히 주원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하다. 앞서 두 편의 영화(‘캐치미’, ‘패션왕’)에선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펼치더니, 이번엔 웃음기를 쏙 뺀 스릴러에 도전했다. 그는 새 영화 ‘그놈이다’(감독 윤준형ㆍ제작 상상필름)에서 여동생이 살해된 뒤 분노에 휩싸인 남자 ‘장우’로 분했다. 장우는 어딘지 의심스러운 용의자 민약국(유해진 분)의 뒤를 직접 쫓기 시작한다.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어요. 서른을 앞두고 ‘이제는 무겁고 거친 것도 해야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지는 꽤 됐죠. 올해는 시기가 잘 맞아서 ‘그놈이다’에 ‘용팔이’까지 하게 됐어요. 관객들에게 익숙한 모습이 아닌, 낯설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했어요.”

‘그놈이다’는 전작들과 비교해 보다 강도 높은 감정 연기가 요구됐다. 초반에 여동생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다보니, 극한의 감정을 고통스럽게 이어가야 했던 것. 극 중 의심가는 용의자는 있지만, 경찰은 장우의 말을 좀처럼 믿지 않는다. 급기야 공무집행 방해 명목으로 유치장에 갇히는데, 그를 조롱하는 용의자 앞에서 마침내 감정이 폭발한다.

“유치장 신에선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이 나왔어요. 편집된 걸 보는데 제가 모르는 표정들을 발견하는 게 신기했죠. 최선을 다한 게 어느 정도 나온 것 같아서 만족했어요. 아무래도 감정을 놓치면 안되는 상황이다보니 힘든 부분은 있었어요. 일반적으로 연인과 헤어진 것도 아니고, 동생이 살해당한 상황이다보니 감정적으로 더 셌던 것 같아요. ”

주원이 고른 연령층의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탄탄한 연기력이다. 한 편의 드라마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뮤지컬 무대에서 다진 기본기 덕분에 연기력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은 없다. 부단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한 때는 넉 달 촬영 기간 동안, 하루에 서너 번 씩 대본을 보기도 했다. 이번에도 촬영 석 달 전부터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연습했다. 극 중 경찰로 등장하는 배우 서현우가 창원 출신이라 주원을 전담해서 가르쳤다. 카페에서 따로 만나는 건 기본, 수시로 전화하고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등 열정을 쏟아부었다고. 덕분에 경상도 출신 배우들 앞에서도 위화감 없는 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었다.

그는 타고난 노력형 기질에 유연함을 더해가는 중이다. 영화 ‘특수본’ 촬영 당시, 대본을 보며 공부하고 상상했던 것이, 현장에서 맞지 않을 때가 80~90%인 상황에 당황했다. 그럴 때 선배 배우들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며, 그 역시 현장의 변수를 염두에 두게 됐다고. 과거엔 대본에 100% 의존했다면, 이제는 40~60% 가량 숙지한 상태에서 순발력을 발휘한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축적된 경험의 산물인 셈이다. 이번 작품은 특히 선배 연기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자극받는 배움의 시간이었다. 처음 호흡을 맞춘 배우 유해진에 대해 이야기할 땐 목소리가 높아졌다.

“연기 잘하시는 거야 누구나 아니까. 이 분이 어떻게 캐릭터에 접근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촬영장에 오고, 감독님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하나하나가 존경스럽더라고요. 본인이 나오는 신이 아닌데도 전화가 와서 ‘읽어보니 이게 나을 것 같은데 어때?’라는 식으로 신경을 써주셨어요. 그건 저 개인이나 캐릭터를 위한 것도 아니고, 정말 작품을 위한 거였죠. 그 모습에서 ‘이 형이 작품을 정말 사랑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원은 지금까지 그랬 듯 무대를 가리지 않고 연기할 계획이다. 드라마는 ‘즉각즉각 반응이 오고 순발력 있게 해낼 수 있는 점’이, 영화는 ‘보다 여유있게 한 신 한 신 얘기해서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좋다고. 뮤지컬 무대는 ‘꾸미지 않은 자신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고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게 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소중하다. 그에겐 어떤 무대에 서느냐보다, 어떤 배우로 자리잡아 가느냐가 과제다. 30대를 앞두고 연기자로서의 고민은 한층 깊어진 듯 보였다.

“나이를 먹는 것이 신기해도 연연하진 않는데, 연기적인 고민은 있어요. 20대엔 풋풋한 소년같은 이미지로 괜찮았다면, 지금 30대 선배들 같은 색깔을 저도 내야 하는 거잖아요. 30~40대엔 지금보다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여유있어서 섹시해보이고 남자다워보이는 그런 사람 있잖아요? 최종 목표는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배우예요. 안성기 선생님이나 외국 배우 중에선 로버트 드 니로처럼 따뜻한 마음이 들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영화 ‘그놈이다’ 감독·PD가 말하는 배우 주원=“전장에서 생사를 같이 한 전우같은 느낌이다. 주원은 연기력 뿐만 아니라 거기에다 좋은 태도와 인성을 갖추고 영민함까지 가진 배우다. 어리지만 정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청년이다.”(윤준형 감독)

“주원, 정말 착한 배우다. 항상 즐거울 수는 없는 촬영장에서 단 한 번도 싫은 내색 안하고 모든 스태프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최고의 배우다.”(윤일중 PD)
 
ham@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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