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선임기자] 돈가스집에서의 사소한 시비로 고 김창민 영화감독을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2명에게 공소청이 중형을 구형했다.
8일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김국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공소청은 살인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모(32)·임모(32)씨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공소청은 “피고인들은 김 감독이 돈가스 칼을 들었다는 이유로 극도로 분노해 우발적으로 살해할 마음을 먹고, 식당 안팎과 골목에서 구체적인 폭행 행위를 분담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살인죄의 공동정범이 명백하게 성립하며 검찰시민위원회 위원 전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범행 직후 통화에서 김 감독을 죽여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등 살해 의도를 드러냈고, 임씨는 피해자의 목을 졸라 방어 능력을 떨어뜨린 뒤 이어진 폭행을 제지하지 않았다”며 “담당 의사와 법의학자에 따르면 김 감독의 뇌 출혈량은 추락이나 교통사고 때 나타날 정도로 많았으며, 건장한 성인이 발로 밟거나 단단한 물체에 머리를 부딪힐 정도의 강한 충격이 가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증 자폐를 앓는 피해자의 아들은 눈앞에서 아버지가 무자비하게 폭행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꼈다”며 “피고인들은 범행을 축소하거나 은폐하기 위해 허위 진술을 일삼고 유튜브 등에 출연해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했으며,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수사기관과 법원을 조롱하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피고인 이씨 측은 김 감독을 주먹으로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발로 차거나 밟지는 않았고, 살해할 고의나 사망 가능성에 대한 예견도 없었다며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임씨 측은 김 감독이 칼을 들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목을 조른 정당한 제압 행위였을 뿐, 이씨와 살인을 공모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행위와 김 감독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또 이들은 당시 김 감독의 아들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정서적으로 학대할 고의도 없었다며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이씨는 최후진술에서 “잘못을 저질러 이 자리에 오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당시 화를 참고 자리를 피했더라면 하는 후회 속에 반성하고 있으며, 다시는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임씨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렸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죄송하다”면서도 “더 큰 사고를 막으려 했을 뿐 누군가를 해칠 의도는 없었으며, 하지 않은 행위까지 책임지는 억울함이 없도록 살펴달라”고 울먹였다.
이날 재판에서는 법의학 교수와 사건 당시 식당 손님, 인근 가게 업주 등 3명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됐다. 법의학 교수는 김 감독이 이씨의 반복적인 폭행으로 외상성 지주막하출혈과 경막밑출혈이 발생해 숨졌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또 임씨가 목을 조르는 이른바 ‘백 초크’ 행위도 피해자의 방어 능력을 떨어뜨려 이후 폭행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게 하는 등 사망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식당에 있던 손님은 김 감독이 목이 졸려 쓰러진 뒤 힘없이 골목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인근 가게 업주는 골목에서 저항하지 못하고 쓰러진 김 감독의 얼굴을 이씨가 7∼8차례 폭행하는 모습을 각각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공소청은 피고인신문에서 이씨와 임씨가 구속 수감 중 의정부교도소에서 징계받은 것을 거론하며 사실 여부를 물었다. 이씨는 다른 수용자에게 빨래시키거나 교도소 시설물을 훼손하는 등의 행위로 금치 30일의 징계를 받은 데 대해 다른 수용자가 자신을 이용해 방을 옮기려 했고, 이 과정에서 교정 직원들과 의견 차이가 있어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임씨도 다른 수용자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빨래를 시킨 일 등으로 금치 25일의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교도소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답했다.
약 4시간에 걸친 재판을 끝까지 지켜본 김 감독의 아버지는 “집단 폭행으로 아들이 숨지고 한 가정이 파탄 났는데 피고인들은 우발적 사고라고 주장하며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피고인이나 가족들로부터 사과 한마디 받지 못했다”며 “이제 와서 법정에서만 죄송하다고 하는 모습에 더 화가 나며, 재판부가 공정하고 엄정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20일 새벽 경기 구리시의 한 식당에서 소음 문제로 김 감독과 시비가 붙자 인근 골목으로 끌고 가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김 감독과 함께 있던 발달장애 아들이 폭행 장면을 목격해 겁에 질리게 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있다.
당초 경찰은 이들을 상해치사 혐의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보완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김 감독의 사망 가능성을 예견했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기소 했다. 김 감독은 폭행당한 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깨어나지 못한 채 17일 만에 뇌사 판정을 받았으며,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숨졌다. 이들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 달 12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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