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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 제주 정태욱,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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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욱은 올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프로 첫 발을 내딛는다. [사진=제주 유나이티드]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김민재(22 전북현대)는 지난해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K리그 영플레이어상, 베스트 11 수비수 부분, 국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K리그 개막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남았지만, 팬들은 벌써 ‘제2의 김민재’를 기다리고 있다. 그 후보군에 정태욱(21 제주 유나이티드)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한국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최종명단에 합류했는데, 정태욱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정태욱이 대회 최종 명단에 오르기까지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그는 U-20 월드컵을 겨냥한 첫 대회인 ‘2015 발렌틴 그라나친 기념 국제 청소년 대회’의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러시아를 가지 못하게 되면서 출발부터 꼬여버린 것. 이후 종종 기회는 찾아왔지만, 확실한 첫 번째 옵션은 아니었다. 김석진, 김민호, 원두재 등에 밀려 3번째도 아닌 제 4옵션에서 기회를 찾았다.

“뒤에서 기다린다는 점이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선수들이 경기에 나가는데, 그 당시에 운동하지 않으면 기량도 줄기 때문에 개인 운동을 더해야 해요. 심적인 부담감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정태욱에겐 이런 성장통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금이야 누구나 아는 선수로 컸지만, 원삼중 시절엔 평범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본인 스스로 “그땐 정말 못했어요”라고 회고했다. 꾸준히 노력한 끝에 제주 유나이티드 U-18 팀에 입단할 수 있었다. 정태욱은 아픈 기억을 토대로 물고 늘어졌다. 그리고 조금씩 도약했다.

정태욱은 2016년 카타르 대회를 기점으로 올라섰다. 주전 경쟁자들이 여러 이유로 불참하자 곧바로 기회를 잡았다. 출장과 함께 기량도 쑥쑥 성장했다. 외부에서는 안 감독의 축구가 매우 수비적이라고 비판했지만, 오히려 정태욱에게는 수비수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

“안익수 감독님을 만나고 난 뒤 (수비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때 기량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서 수비를 하거든요. 수비의 틀도 있지만, 수비 스텝과 같은 세부적인 것을 감독님께서 알려주셨어요. 그때 소집한 수비수들은 아마 많은 도움이 됐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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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욱은 아주대에서 하석주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1학년 때부터 경기에 나섰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실제로 큰 성장 폭이 눈에 띄었다. 1학년 아주대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보다 2학년 때 월등하게 성장했다. 기본적으로 신장 190cm가 넘는 선수는 무게 중심이 높아 붕 떠 있는 느낌을 받기 십상인데, 정태욱은 달랐다. 빠릿빠릿한 선수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앞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스쿼트가 많은 도움이 됐어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했거든요. (작은 선수들이) 방향 전환을 많이 하면 막는 데 어려움이 많아요. 그래서 예측하고 미리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요. 상대방이 오른쪽으로 꺾을 것 같으면 미리 가 있는 거죠. 상대가 나가면 같이 따라가는 수비를 좋아해요. 돌아서면 위험하기 때문에 묻는 수비를 좋아해요.”

순항하던 중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월드컵이 1년이 채 남지도 않은 시점에서 신태용 감독으로 사령탑이 교체된 것. 선수단 명단을 포함해 모든 상황이 리셋됐다. 주전 선수들도 더 이상 선발을 약속받을 수 없었다.

“걱정 많이 했죠. ‘저 같은 선수 싫어하면 어쩌나’라는 생각도 했고요. 거기에 처음 오셨을 때 아킬레스건도 다쳐서 조금 더 불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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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욱은 대표팀에서 조금씩 성장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신 감독 체재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흔들리지 않고 전진했다. 월드컵 직전 친선대회에서 목뼈를 다치는 사고까지 겪었지만, 부상은 오히려 정태욱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수비 파트너도 우찬양이 아닌 이상민으로 교체된 상황에서 침착하게 팀의 수비진을 이끌었다. 홈에서 열린 대회였기 때문에 최소 4강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됐다. 하지만 16강에서 포르투갈을 만나 세계무대의 큰 벽을 실감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지만 또 한 번 성장했다.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4강 이상을 기대했죠. 다 아쉽죠. 경기가 끝나니까 준비했던 시간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도 받고, 그런 상실감이 제일 컸어요. 대표팀 국제대회 가기 전에는 생각 없이 축구했던 것 같아요. 외국 선수들이 하는 것을 보고 ‘이럴 때는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라는 자극도 받으면서 생각 있는 축구를 하기 시작했어요.”

정태욱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시작한다. 정태욱에겐 올 시즌 또한 새로운 도약의 해가 될 것이다. 프로 선수로서 첫 발을 내딛고,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도 열리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인해 2018 AFC U-23 챔피언십 최종 명단에선 낙마했지만, 아시안게임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뛰지 못하더라도 꼭 따라가고 싶다”며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태욱이 냉혹한 프로 세계에서 얼마나 버틸지는 미지수다. 단순히 프로-아마의 경쟁 세기를 비교할 순 없다. 다만 정태욱은 매번 시작은 뒤처졌으나 경쟁 속에서 더 단단해져 기회를 쟁취했다. 그래서 올 시즌 정태욱의 플레이에 더욱 기대가 쏠린다.


영상=풋앤볼코리아 한동균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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