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ㆍ김지헌 기자]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한 달 간 국내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동결,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시도 등 대외변수들이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시중자금이 증시로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섣부른 해석을 경계하라고 입을 모은다. ▶증시 대기자금 사상최대=21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26조180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 하루 동안 예탁금 규모는 1조9626억원이 늘어났다. 하루 동안 증가율은 8.1%에 달했다.
이는 이전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24조7030억원(7월 20일)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며, 일일 증감액으로는 지난해 7월 17일(2조5634억원, 11.8%) 이후 최대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놓거나 주식을 매각한 다음 찾아가지 않은 돈이다. 증시에 남은 대기자금으로, 엄밀히 말하면 자금의 향방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향후 주식에 투자될 가능성이 있는 돈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고객예탁금이 증가한 것은 스마트머니가 들어온 것이고, 주식시장 상승 추세 가능성을 높이고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지금까지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라는 단기 자금에 모여 있다가 증시 매수 대기자금으로 전환된 것으로 증시에 우호적인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MMF에 있던 단기부동자금이 증시로 왔다는 것은 투자심리가 예전에 비해 강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날인 16일에는 대표적인 단기성 자금인 MMF 설정액도 120조4705억원으로 120조원을 돌파,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액인 2009년 3월 16일(126조6242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대외여건 호전됐나…=지난 9일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시중자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1조604억원이란 자금이 투자자예탁금으로 들어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내리면서 초저금리 기조에 예금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판단에 투자자들이 증시로 자금을 이동시켰다는 해석이다.
그런데 브렉시트 여파로 증시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이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투자자예탁금에서 약 6000억원 가량의 돈을 빼면서 다시 증시가 냉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16일(현지시간) 영국에서 브렉시트 반대파 하원의원인 조 콕스 의원이 피살되고 브렉시트 가능성이 전보다 낮아지면서 17일 국내 투자자예탁금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섣부른 해석은 금물=하지만 이처럼 대외여건의 호전-증시 안정-대기자금 유입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만으로 투자자예탁금이 증가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증시가 상승국면일지라도 매도가 있으면 저절로 증가한다.
또한 현재는 여전히 주식형 공모자금(기관 매도)의 유출이 지속되고 있으며, 시장 역시 아직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상재 팀장은 “증시에 있어 수급쪽의 핵심은 주식형 공모자금의 유출”이라며 “이것이 추세상 반전을 이뤄야만 국내 자금의 흐름이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을 높게 평가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객예탁금 증가는 스마트머니의 하나로 긍정적이지만, 주식형 공모자금이 순유입세로 반전돼야 수급기반이 확실히 개선된다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아직 증시 유동성 측면에서 확실한 상승기반이 만들어졌다고 보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VKOSPI(변동성지수) 역시 17일 17.73을 기록하며 지난 2월 17일(18.55) 이후 최고치를 보여 투자심리 역시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기엔 무리가 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투자자예탁금이 늘어난 것은 주식회피성향과 공모주 투자자금의 유입때문으로 분석했다.
지기호 센터장은 “최근 고객예탁금 증가는 기업공개(IPO)가 늘어나며 공모주 투자를 위해 시중자금이 들어온 영향 때문”이라며 “또한 16일 전까지는 개인들의 주식 위험 회피 성향도 있어 이 두 가지 작용으로 예탁금이 늘었다”고 진단했다.
▶향후 자금 이동은=26조원, 사상 최대규모로 쌓인 투자자예탁금은 어디로 움직일까.
전문가들은 대형주 투자, 소재업종 투자 등에 쓰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거나, 혹은 공모주 청약 종료 이후 대기자금 환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상재 팀장은 “기대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자금이 흘러가기 때문에 어느쪽으로 주도주가 형성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 “여름은 주로 대형주가 강세를 보이는 장이므로 만약 브렉시트가 큰 문제없이 끝난다면 이번 여름은 대형주로 자금이 흐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Fed의 온건한 통화정책을 바탕으로 한 달러가치 하향안정, 국제유가가 조금씩 안정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중소형주보다 대형주로 자금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2분기 삼성전자도 실적이 좋아지기 때문에 정보기술(IT) 관련 대형주로도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병현 연구원은 “달러약세로 인해 금값 강세,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소재분야, 철강이나 비철금속 업종 등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며 대표 종목으로 고려아연 등을 들었다.
지기호 센터장은 “향후 IPO를 위해 준비된 자금도 있다”며 “이런 자금은 공모주 청약이 끝나면 은행계좌로 환수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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