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공포감 증대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은행들이 가계와 기업에 실행한 대출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 여신의 부실화가 현실화하는 가운데,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여겨진 가계 여신은 폭증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여신의 부실이 당면한 과제라면, 가계 여신은 미래의 잠재 부실의 뇌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은행들의 부실채권과 관련한 지표들은 기록을 계속해서 갈아치우고 있다.
부실채권의 절대금액, 여신 대비 기업 부실채권의 비율인 부실채권 비율, 그리고 대기업 부실채권비율 등은 나란히 기존 기록들을 갱신했다. 부실채권은 은행이 가계ㆍ기업에 빌려준 돈 가운데 회수 가능성이 낮은 대출채권을 말하는 것으로, 은행은 대출 채권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5단계로 나누는데, 여신건전성 분류상 원리금이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 이하 채권이 부실채권이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올 1분기 말 기준 은행권 부실채권(가계+기업)은 31조3000억원에 달하며 2001년 이후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은행 부실채권 급등의 주범은 다름 아닌 기업여신이었다. 1분기 기업 부실채권은 전체의 93.3%인 29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로인해 은행권 전체 기업여신 중 부실채권 비율은 2011년 1분기(2.71%) 이후 5년 만에 최고인 2.67%로 집계됐다. 또 대기업 부실채권 비율은 4.07%로 집계됐다. 이는 조선ㆍ해운업종 부실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관련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들의 이같은 기업 부실채권은 2분기 이후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 질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성동조선해양과 SPP조선, 대선조선 등 중소 조선사는 물론,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해 은행권이 여신건전성을 재분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선업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부실채권 등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하는 가운데 은행들은 거침 없이 증가하는 가계 대출의 잠재 부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하던 가계대출이 지난 2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규제 대상에서 빠진 집단대출로 불이 옮겨 붙고 있어서다. 극심한 전세난으로 고생하던 주택 구매 대기자들이 분양 시장으로 몰리며 중도금과 잔금을 집단대출로 충당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주춤하던 가계 대출의 증가폭은 다시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9조6000억원(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으로, 이 중 집단대출 증가액(5조2000억원)이 53.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양호한 입지를 지난 사업장에 대한 집단대출은 높은 수익성을 가져다 줄 수 있고, 추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더라도 담보 가치가 충분해 일단은 부실화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는 않다. 실제 지난 1분기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비율은 0.27%를 나타내며, 전분기 대비 0.01%p 하락한 바 있다. 하지만 급증하는 가계 부책로 인해 추후 금리인상과 부동산 경기의 급랭시 가계 여신의 부실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의 예외 조항을 보완해 집단대출 등 가계대출 규제의 사각지대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면서 당국이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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