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치료 심리학자 제니퍼 바움가르트너 ‘옷장심리학’ 으로 본 여자들의 옷과 심리
30대 중반 아직 미혼인 직장인 H씨의 옷장엔 까만 옷이 가득하다. 스타일리시하다고 자부하는 그녀의 옷장엔 블랙 미니 원피스만 십여벌. 까만 색 자켓도 계절별로 채워져 있다. 디자인과 소재의 미세한 차이만 있을 뿐 옷장의 주인이 아니면 구별할 수 없는, 그 옷이 그 옷 같은 옷들이다. 검은색, 짙은 갈색 등 채도가 낮은 옷을 사계절 입는 그녀,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임상 심리학자 제니퍼 바움가르트너에 따르면 H씨의 무채색 의상은 활력을 잃은 ‘패션 무력증’을 대변한다. 바움가르트너 박사는 우울증, 망각증, 중독증 같은 증상들과 패션 스타일의 관계를 연구해 실제 임상 치료에 접목, 패션 치료라는 새로운 심리 치료법을 개발해 그의 저서 ‘옷장심리학’에 소개했다. H씨의 경우는 집과 회사를 오가는 따분하고 단조로운 일상과 ‘썸’만 타다 끝나는 ‘연애 불구’ 생활을 3년째 계속하며 느꼈던 좌절 심리가 옷장 속에 그대로 배어있는 것이다.
그녀의 치료법은 간단하다. 작은 액세서리부터 변화를 꾀하는 것. 단색 옷에는 눈에 확 띠는 엑세서리를, 상의와 하의가 모두 검은색이라면 금색 벨트나 금색 스트랩 슈즈를 착용하는 것이 방법이다. 바움가르트너 박사는 진주 목걸이, 호피 무늬 스틸레토, 카우보이 부츠, 트위드 재킷 등 나만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본 아이템을 구비하라고 조언한다.
한편 H씨의 친구인 J씨는 정반대의 케이스다. 키 157㎝에 몸무게 38㎏, 일명 ‘초딩 몸매’가 늘 컴플렉스였던 그녀는 최근 가슴 성형 수술을 받았다. 몰라보게 달라진 보디 라인 덕에 그녀의 자신감은 급상승했다. 아무리 추운 한겨울이라도 가슴이 깊게 파인 미니 원피스에 10㎝짜리 킬힐을 신는다. 문제는 직장에서 입는 옷과 클럽에서 입는 옷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 ‘옷장 심리학’으로 진단해보자면 그녀는 ‘초등학생에서 갑자기 어른이 된 몸을 감당하지 못하는 과다 노출증’이다.
그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노출 수위의 균형’이다. 바움가르트너 박사는 더 짧고 더 타이트한 옷을 입고 더 섹시하게 보이려고 애쓴 결과가 내면의 가치를 잃어버린 관능미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사는 어떤 모임이든 입고 갈 수 있는 기본적인 옷과 특별한 장소에만 입는 옷을 분류하라고 조언한다. 또 타이트한 하의를 입었다면 상의는 헐렁하게, 타이트한 상의를 입었다면 하의는 헐렁하게 입을 것을 제안한다. ‘힐’을 신을 때도 반드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을 사는 것이 좋다. 복잡한 패턴의 하이힐에는 단정한 옷차림을, 도발적인 옷차림에는 낮은 굽이나 펌프스를 신는 것이 ‘균형’있는 패션 스타일링의 한 방법이다.
김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