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열흘째,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를 여과장치 없이 마주한 국민들의 분노와 절망이 커져가는 때다. 이미 지상파 방송3사는 물론 종합편성채널, 보도 PP를 통해 아프도록 들었던 이야기지만, 사고 이후 찾아온 JTBC ‘썰전’의 ‘독한 혀’는 조금 더 빛이 났다. 국가적 재난 사태를 화두에 올린 ‘썰전’은 그간의 어떤 방송분보다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고, 사소한 농담이나 우스갯소리 한 마디도 꺼내지 않은 채 방송이 진행됐다.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은 24일 방송분을 통해 세월호 침몰 참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그 과정에서 드러난 대한민국 국가 시스템의 문제점을 짚었고, ‘썰전’ 특유의 촌철살인으로 비판했다.
이철희 소장의 묵직한 일침은 ‘썰전’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1차 원인으로 규정을 무시한 채 항해하는 연안여객운송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으로 서두를 연 이 소장은 “세월호는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 원래 규정을 유지했더라면 2년후 폐기되었을 배다. 선박연령 제한이 로비 등으로 변경된 탓에 참사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우왕좌왕하는 재난방재대처는 피해자 가족들의 분노를 키웠다. 생존자 구조를 위한 시간은 지체되고, 구조방식에 대해서도 서로의 입장차만 커지는 상황에서 이 소장은 “유족들은 어느 누구도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유족들은 분노했다”며 “가족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려는 노력을 아무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구조방식에 대해서도 “민간과 정부 설명이 다른 경우가 많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안전상의 이유라 이해할 수는 있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이 불신을 낳고 점점 불신이 증폭되는 것”이라고 다이빙벨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재난상황 전체를 총괄해야할 컨트롤 타워의 부재는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 이유로 지적됐다.
강용석은 “대책본부가 지나치게 많다 보니 정작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고 패스한다”며 ”사고 현장을 책임질 사람이 없는데다 사고 대책본부가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는 책임질 장관도 책임질 총리도 없었다”며 “현장에 있는 소방서장이 관할한다거나 현지에 있는 해양경찰서장이 관할한다고 하더라도 직급이 낮으므로 다른 부처의 협조를 얻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총리가 내려간다고 한들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리더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정부에 대한 비판도 적극적으로 나왔다. 이 소장은 자연재해와 사회적 재해를 이원화한 박근혜 정부의 결정에 대해 일침했다. “사회적 재난도 재난 전문가가 필요한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경우 모두 행정 관료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재해전문가는 업무환경이 열악한 소방방배청에 밀집해있다. 이러니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현장 상황에 빠삭한 해경에게 현장 사령관 역할을 맡겨도 될 지는 회의적이라는 것이 이 소장의 생각이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보여준 해경의 미흡한 대처를 보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 소장은 또 세월호 대체 선장의 ‘사라진 씨맨십’을 지적하면서도 그가 ‘1년 계약직’이라는 점을 들며 “사실상 배를 통제할만한 권한이 없었기에 선주와 통화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피아 사태를 언급하는 부분은 더 따갑게 와닿았다.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들이 38년째 해운조합 이사장으로 재직중인 점, 해수부 산하기관 14개중 11개 기관장이 해수부 출신이라는 점을 언급한 그는 ”‘해피아(해수부+마피아)가 하나의 이익공동체가 되어버렸다. 해수부 출신들이 파렴치한 이익 동맹을 맺고 있다는 의미로 ‘해파리’라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이 소장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를 바라보며 대한민국의 세 부분이 함께 침몰했다고 했다. 기업윤리, 안전행정 윤리, 언론윤리가 그것. 이 소장은 “하지만 언론윤리와 관련해선 기자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며 “속보경쟁과 시스템 경쟁에 휩쓸리게 하는 기업윤리가 개인을 희생양으로 몰고 가고 있다. 기자에게 속보를 부추기는 언론사 내부 시스템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고를 통해 거듭 확인되는 최악의 연안여객운송시스템, 무능하고 부실한 관련 기관들의 재난방재대처, 국가 위기관리체제의 총체적 붕괴는 대한민국의 맨얼굴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국민들에겐 자괴와 수치, 분노가 뒤섞인 슬픔으로 되돌아왔다. 이 소장은 이에 “한 심리학자는 ‘외상 후 성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잊지 말자. 그래야 대한민국이 외상 후 성장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로 이날 방송을 정리했다.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