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공식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했던 방송가가 이번주에 들어서며 새 드라마 제작발표회 일정을 진행 중이다. 드라마의 시작을 홍보하는 자리에 선 제작진과 배우들은 신중한 발언과 차분한 의상으로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 29일 MBC 새 수목드라마 ‘개과천선’과 SBS 새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제작발표회가 나란히 진행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수차례 드라마 제작발표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해오다 사고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서게 된 자리였기에 배우들과 제작진은 의상을 비롯해 말 한 마디에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MBC 새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의 경우 29일 서울 삼성동 더라빌에서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다. 본격적인 행사 시작에 앞서 진행을 맡은 서인 아나운서는 “이번 세월호 사고로 큰 슬픔을 가진 희생자 분들에 애도를 표하겠다”고 말했고, 참석한 배우 김명민과 김상중, 박민영, 채정안 등과 드라마 관계자들은 묵념을 하며 안타깝게 떠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배우들은 특히 검은색 의상을 입고, 노란 리본을 단 채 행사에 참석했다.
‘개과천선’ 제작발표회에선 특히 김상중의 발언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상중은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비탄에 빠진 상황에서 드라마 홍보를 위해 나서야 했던 자리에 대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런 아이러니한 현실을 얼마나 봐야할지 모르겠다. 가슴이 아프다. 한쪽에서는 억장이 무너져도 다른 곳은 돌아간다”며 착잡해했다. 그러면서 “희생자 및 유족 분들에게 어떤 말을 한들 위로가 되겠냐”며 “‘개과천선’ 역시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다. 세상을 잘못 살아가는 깨우침 속에 자신을 성찰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실낱같은 희망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26일 방송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희망은 왜 가라앉았나?-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에서 클로징 멘트를 전하며 눈물을 흘렸던 것에 대해서도 김상중은 “워낙 민감한 시기다보니 조그만 행동도 구설수에 오를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최대한 냉정하게 하고 싶었지만 같은 부분에서 계속 막혔다”며 “울컥했던 장면에 공감대를 형성해 주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 저를 통해 나온 것 뿐이라 생각한다. 아이를 잃은 부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전했다.
드라마 ‘개과천선’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정한 변호사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기억 상실증에 걸린 후 자신이 몸담았던 로펌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스토리를 담았다. ‘골든타임’을 집필했던 최희라 작가와 ‘스캔들’ ‘보고싶다’ 등의 박재범 감독이 호흡을 맞추며, 30일 첫 방송된다.
SBS 새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제작발표회라고 다르지 않았다. 같은 날 목동 SBS사옥에서 진행된 ‘닥터 이방인(극본 박진우, 김주 연출 진혁)’ 제작발표회에는 출연 배우들인 이종석 박해진 진세연 강소라 보라 등은 검은색 의상에 노란 리본을 달고 무대에 올랐다.
이미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한 차례 제작발표회를 연기했던 ‘닥터이방인’의 행사를 진행하며 “세월호 침몰 애도를 위해 스타애장품은 진행하지 않고 다른 때와는 달리 차분하게 제작발표회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행사를 시작했다.
진혁 감독은 이날 “세월호 침몰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사고를 접할 때마다 아이들 생각나서 촬영하기 힘들었다. 목이 메이고 눈물이 났다”며 “제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힐링이 되는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배우 박해진도 “세월호 사고 소식을 촬영 중에 접하고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현장에서 촬영하면서 배우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배우들도 개인적으로 애도의 마음을 표하고 현장에서도 분위기를 타기도 했지만,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계속 촬영했다. 우리의 말 한마디나 연습하는 모습이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들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닥터 이방인‘은 남에서 태어나 북에서 자란 천재의사 박훈(이종석 분)과 한국 최고의 엘리트 의사 한재준(박해진 분)이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메디컬 첩보 멜로물로, 다음달 5일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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