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이달 1일부터 5만원 이하 카드결제에 대해 전 가맹점에서 무서명 거래가 시행 중이다.

아직 각 가맹점에서 쓰고 있는 단말기에 대한 업그레이드 절차가 끝나지 않아 여전히 서명을 요구하는 곳이 많지만, 대략 3개월 정도면 5만원 이하거래에 대해선 전국에서 서명 없이 결제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서명 거래 시행에 걸림돌이 된 것은 밴대리점의 반발이었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선 카드 부정 사용에 대한 우려가 적잖이 있었다.

무서명 거래에 따른 편의성을 기대하면서도 본인 확인 절차가 없어진 틈을 타고 카드 부정 사용이 기승을 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일(ㅡ)자를 그어 서명하거나 바쁠 땐 가게 주인에게 서명을 아예 맡기기도 하는 등 본인 확인 서명 절차가 유명무실화 되긴 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카드의 실제 소유자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절차를 중요히 하는 이들도 많다.

일단 제도 시행 이후 무서명 거래에 따른 부정 사용에 대한 책임은 카드사가 부담하기로 해 이에 따른 부담감은 어느 정도 경감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의문이 드는 점이 있다.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가 시행되는 가운데, 카드사의 문자 알림 서비스의 무료 서비스 대상은 5만원 이상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

문자 알림 서비스는 고객이 카드를 결제하면 결제 내역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송돼 부정 사용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자신이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문자가 전송되면 카드사에 신고해 결제를 취소하거나 보상받을 수 있다.

금융 당국과 카드사는 문자 알림서비스를 이용하면 카드 부정사용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해 왔다.

5만원 이하 거래에 대해서 무서명 거래를 시행하는 만큼 부정 사용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더욱 중요도가 높아진 문자 알림 서비스는 역으로 5만원 이상 거래에 대해서만 시행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문자 알림 서비스는 현재 보통 300~500원 정도의 월 이용료를 받고 있다. 적은 금액이지만, 유료라는 이유로 가입을 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적잖다.

앞서 카드사들은 지난 2014년 1억여건의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이후 이에 대한 예방과 보상 차원에서 5만원 이상 거래시 문자 알림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오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고객 포인트로 자동 차감해 문자 알림 서비스를 모든 고객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카드 이용자의 비난이 거세 방향을 틀기도 했다.

사실 두 정책이 이처럼 역설적 상황으로 배치되게 된 데는 점점 어려워지는 카드사들의 경영 실정을 반영하는 데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는 소비자의 편의성을 개선한다는 표면적인 목적 외에, 수수료 인하로 경영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카드사들에게 밴수수료의 절감을 가져오는 정책적 목적도 일부 있었다.

문자 알림 서비스를 5만원 이하로 한정한 배경 또한 카드사들의 급격한 비용 증가를 막으려는 데 있었다.

서비스 시행 당시 5만원 이상 거래인 월 4000만건에 대해 무료 문자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면 연간 56억원의 추가 비용이 카드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3만원 이상 거래에 대해 무료 문자 알림 서비스를 할 경우 연간 89억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카드거래 중 5만원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4%다.

사실상 두 정책 시행에서 기준 금액이 5만원으로 이뤄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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