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카트 운전해주고 세컨샷때 남은거리 불러주고 캐디피는 절반만… 일과후엔 9홀 무료 라운딩 정년퇴직자등 대상 공모 소일거리 +새 일자리창출 남여주GC 첫 도입시행 호평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러분들의 경기진행을 도와드리는 경기진행요원 신수철입니다. 제 역할은 카트를 운전하고 세컨샷 지점에서 남은 거리를 불러 드리는 겁니다. 골프채는 고객님들이 선택하시고, 퍼팅 라이도 직접 읽고 플레이하시면 됩니다. 즐거운 라운드 되십시오!”
씩씩한 목소리로 골퍼들에게 주의사항을 알린 그는 경기도 여주시 남여주GC의 경기진행위원 신수철(61·사진) 씨다. 지난해 7월 서기관급 고위 공무원으로 정년 퇴직한 그는 우연히 남여주GC의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 지난 3월 말부터 마샬캐디로 근무하고 있다.
‘마샬(Marshall·경기진행요원) 캐디’는 전동카트를 운전해 주고 세컨샷할 때 남은 거리를 불러주는 최소한의 경기 진행을 하는 캐디를 말한다. 캐디피는 일반 캐디피(12만원)의 절반만 받는다. 대신 업무를 마친 후엔 9홀을 무료로 라운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골프소비자모임은 올해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마샬캐디를 첫 모집했고, 남여주GC가 이 중 9명의 마샬캐디를 처음 채용했다. 골프장에선 이들을 예우하는 의미에서 ‘경기진행위원’이라고 부른다. 대부분 기업 임원, 은행 지점장, 고위 공무원 등을 하다 정년 퇴직한 사람들이다. 캐디피 6만원에 주 5일 근무이니 한달에 고작 120만원 버는 정도지만, 이들의 목적은 ‘돈’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골프를 좋아하고 퇴직 후 소일거리가 필요했던 이들이라 “좋아하는 골프장에서 운동도 하고 일도 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한다.
신수철씨도 구력 21년에 베스트스코어 78타인 골프 애호가다. 때문에 드라이버샷이 심하게 슬라이스가 나서 당황한 골퍼에겐 “공이 라이트에 맞은 것같은데, 괜찮은지 라이트에 물어보고 오겠습니다”라든가 “이전 홀에서 했던 스윙대로만 하면 이번 홀에서 파는 충분히 하시겠습니다” 등 농담과 격려를 섞어가며 골프를 함께 즐기고 있다. 그린을 읽는 걸 어려워 하는 비기너들에겐 살짝 팁만 알려주면 스스로 성공시키고 기뻐하는 모습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했다.
신수철씨는 “사실 처음엔 어려운 점도 많았다. 마샬캐디가 생소한 고객들이 불편하다고 인상쓰기도 하고, 습관대로 마냥 골프채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며 “하지만 고객들이 ‘처음엔 귀찮고 힘들었는데 위원님 덕분에 즐겁게 운동했다. 비용도 저렴해서 다음에도 이렇게 하고 싶다’고 하실 때 뿌듯하다”고 했다. 신씨는 “일이 끝난 뒤 진행위원들끼리 라운드를 나가면 기분이 참 좋다. 보통 오후 6시쯤 시작하고 마지막 2~3홀은 라이트를 켜고 운동한다”면서 “사실 나보다 아내와 가족들이 더 좋아한다. 퇴직한 친구들도 엄청 궁금해하며 이것저것 물어본다. 장단점을 좀더 파악한 후 얘기해주겠다고 했는데, 외부환경 변화만 없다면 계속 하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마샬캐디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건 남여주GC 강봉석 대표였다. 3년 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년 퇴직한 강 대표는 “주위 동료들만 봐도 아직 건강하고 실력도 있는데 일할 곳이 없어 안타까웠다. 그런데 내가 골프장에서 일하다 보니 캐디가 턱없이 부족하더라. 마샬캐디가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고객들의 피드백도 좋고 재신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마샬캐디가 캐디 구인난의 좋은 대안이 되는 건 물론이고 캐디 의존에서 벗어난 셀프 라운드 등 골프장 문화가 좀더 대중적이고 건강한 방향으로 가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다.
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모임 이사장은 “지금 다른 골프장에서 남여주GC를 주시하고 있다. 기존 캐디들의 반발이 없는지,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지, 골프장의 추가 부담은 없는지 궁금해 한다”며 “예상보다 빨리 정착되는 분위기다. 현재 군산CC 30명 등 전국 8개 골프장에 100명의 마샬캐디를 추가 모집할 계획인데, 올해 안에 2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퇴직자나 경력단절여성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했다.
조범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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