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옛새우가 한강, 낙동강 등 국내 하천에서 처음 발견됐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난 7일 경북 상주에 있는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에서 만난 조주래 담수생물조사연구실장은 약 3억5000만년 전 석탄기 때 한반도에 서식한 것으로 추정되는 옛새우의 신종 14종을 국내 최초로 발견한 장본인이다.
옛새우는 일반적으로 새우라고 알려진 갑각류 중 기원이 가장 오래된 무리로 알려져 있다. 지하수나 지하수가 스며드는 우물, 하천 등지에 살고 있는데 크기가 0.5∼2㎜에 불과해 맨눈으로 보기 힘들다. 14종의 옛새우는 한반도 고유종으로 지난해 한강수계에서 6종, 낙동강 수계에서 5종, 금강과 임진강, 강릉 임곡천에서 각각 1종이 발견됐다.
전세계에 약 300종이 알려져 있지만 담수 혼합대 내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수질 조건에서 서식하는지는 세계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다. 학계에는 그동안 일본 7종, 우리나라 2종 등 총 9종만이 보고됐을 정도로 희귀종이다. 3억5000만년이란 긴 역사를 가진 희귀종이 다름아닌 국내 하천에서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조 실장의 목소리가 떨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조 실장은 “옛새우는 1882년 체코 프라하에서 처음 발견됐을 정도로 연구자료가 거의 없다”며 “이번 발견은 우리나라 하천의 담수 무척추동물의 종다양성을 의미하는 동시에 학술적 의의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조 실장에 따르면 1970년 모리모토란 일본 학자 가 강원도 영월의 이름없는 동굴에서 옛새우를 처음 발견해 보고한 것이 학명 알로바티넬라 코리아나(Allobathynella. coreana). 하지만 당시 발견됐던 이 새우는 기준 표본의 실체가 불분명해 옛새우 종이란 점을 증명할 수 없었다. 그러다 최근 조 실장을 비롯한 낙동강생물자원관 담수생물조사연구반의 발굴을 통해 확증표본이 처음으로 확보된 것이다.
실제 옛새우를 본 것은 전자현미경을 통해서였다. 크기가 너무 작았고, 새우보다는 실지렁이에 가까웠다. 흔히 알고 있는 빨간 껍질의 대하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관련 연구자료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옛새우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실지렁이와 흡사한 이 생물을 어떻게 옛새우라고 확신했는지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조 실장은 “낙동강 수계 등 담수에서 어떤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지 흙을 파 보고, 물을 떠 보고 그렇게 표본들을 각 실험도구에 담아 연구실로 가져와 일일이 현미경으로 분석 작업을 하다 발견하게 됐다”며 “딱 보는 순간 옛새우란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옛새우는 일반 새우와 달리 딱딱한 껍질이 없고 꼬리가 남아 있다는 게 조 실장의 설명이다. 30여년 넘게 새우만을 연구해 왔다는 조 실장, 그의 덥수룩한 수염이 순간 실지렁이 같은 옛새우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우를 포함해 다슬기, 가재, 하루살이 등 담수 무척추동물로 알려진 생물들은 환경 변화에 따라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환경오염이나 수질평가의 지표종으로 사용된다. 그런 면에서 옛새우의 발견은 국내 하천이 이들 담수생물의 서식처로서 보전가치가 매우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조 실장은 “아직 옛새우가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환경, 생태학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연구된 바가 없다”며 “다만 옛새우가 수질이 좋은 담수에서 발견된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은 이번에 발견한 옛새우 신종 14종의 학술명 등을 담은 정보를 세계적인 학술지 ‘저널 오브 스페시스 리서치(Journal of Species Research) 3월호에 발표했다. 조 실장을 비롯한 국내 연구진들이 발견한 옛새우는 두 가지 면에서 가치가 있다. 하나는 거의 연구자료가 없는 신종 옛새우의 발견으로 미지의 연구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 또 하나는 옛새우의 발견으로 국내 하천의 종다양성이 풍부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고, 그만큼 보전가치가 크다는 자부심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