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미 잘 팔리는 책이었지만, TV를 타자 순위가 올랐다.
지난달 26일 첫 방송한 OtvN ‘비밀독서단 시즌2’에 등장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한빛비즈)은 인터넷서점 예스24의 3월 넷째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이 책은 4위에 올랐다. 당시 방송에서 이 책은 서울대 학생들이 가장 많이 대출한 책 TOP(톱) 100 안에 들었다. 시즌2의 시작과 동시에 거둔 성과다.
지난해 첫 방송을 시작한 ‘비밀독서단’은 소개하는 책마다 미디어셀러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주제를 정해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책은 금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종이책의 위기’ 시대에 미디어가 출판 시장의 숨통을 틔워줬다.
당시 방송을 통해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책들이 숱하다. 특히 2012년 발간됐던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시집은 소개되자마자 베스트셀러 1위에 진입했다. 시집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은 10년 만의 일이었다.
OtvN에 따르면 ‘다윗과 골리앗’은 방송 전 하루 5~6권 팔리던 것이 방송 후 일 평균 100권씩 주문이 들어왔다. 방송 후에만 총 8000부 이상이 팔렸다. ‘비밀독서단’ 3화에 소개된 사진집 ‘윤미네집’은 재고가 없어 팔지 못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고,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는 각종 서점차트에서 ‘만화주간베스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당시 교보문고 회원을 대상으로 ‘비밀독서단’에서 소개한 책을 구매한 독자층을 분석한 결과도 발표했다. 여성 20~30대의 비율이 43%, 남성 20~30대 역시 22%를 차지했다. 2015년 한 해 동안 구매 이력이 전혀 없던 고객 중 55%가 방송 후 책을 구매했으며, 전월 구매이력이 없는 회원 중 60%가 방송 후 책을 구매했다.
‘TV, 책을 보다’가 올려놓은 베스트셀러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소개된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대표적이다. ‘TV 책을 말하다’에서 이어져온 프로그램인 만큼 그간 소개된 책들이 서점 한 가운데를 차지한 사례가 적지 않다.
책 소개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춘 점이 주효했다.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생명줄’(비밀독서단)과 같은 방식으로 잊지 못할 구절을 소개하고, 전문가가 양질의 정보를 제공(KBS1 TV, 책을 보다)하거나,평범한 시민들이 소감을 공유(KBS1 TV 책)하니 책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주며 접근 가능성을 높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TV에 소개됐다고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그만큼 책을 읽지 않는 사회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미디어의 힘이 출판 불황 속에 이변을 일으키는 것은 업계엔 긍정적인 영향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PD는 “대형 출판사 위주로 책 소개 청탁을 넣는 경우도 나온다. 방송 노출을 위한 대가를 지불해 미디어셀러를 만드는 과정이 부작용이 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 역시 “책 소개 자체가 인위적으로 책을 선정하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한 홍보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균형감 있는 소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TV 책’의 조정훈 프로듀서는 “‘TV 책을 보다’ 제작진 시절부터 출판사로부터 일체의 책을 받고 있지 않다. 도리어 그 점이 책 선택의 폭을 좁히기도 한다”라며 “자문위원과 제작진의 양심에 맡겨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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