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육룡이…’ 민초 ‘분이’役 모험즐기는 캐릭터 나완 정반대
종영 ‘육룡이…’ 민초 ‘분이’役 모험즐기는 캐릭터 나완 정반대 12년차 배우생활 부침도 많았지만 ‘인간 신세경’이어야 좋은배우될듯 다음작품? 아직은…욕심 비우려해
지루한 늦더위를 견뎠고, 혹독한 추위를 보냈다. “입이 얼어붙는 기적을 경험한” 최악의 한파였다. 포근한 햇살이 찾아오자, 드라마(SBS ‘육룡이 나르샤’)는 끝이 났다. 엔딩신도 차분한 봄날이었다. “‘할분’으로 나왔잖아요. 할머니 분이. 대본에 ‘할분’이라고 써있었어요. 너무 귀엽죠? 현장의 공기도 그렇고, 햇살이 따뜻해서 그랬는지 굉장히 뭉클했어요.”
배우 신세경(26)을 지난 2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분이와는 정반대”라는데, 영민했던 분이만큼 신세경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선 연예계 생활 12년차 배우가 경험한 달관이 묻어났다.
“분이는 제가 갖지 못한 모든 걸 가졌어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쑥스러워하는 건 비슷할 거예요.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개척해나가는 의지는 제겐 없어요. 모험보다는 안전한 길을 가는 걸 좋아해요. 어찌보면 따분하고 지루할 수 있죠.” 딱 하나, 모험을 즐기는 카테고리는 ‘먹는 것’ 뿐이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걸 가진 캐릭터를 만나며, 신세경은 ‘연모’하는 마음으로 분이를 연기했다. 드라마 속 캐릭터로도, 인간 신세경으로도 “마음이 뜨거웠던 때가 많았다”고 한다.
여말선초, ‘난세’를 그리기 위해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백성을 대변할 인물로 ‘분이’를 설정했다. “이토록 힘든 시대를 살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죽겠구나 싶었어요.” “의미있게 죽었으면 좋겠다” 했는데, 살아남았다. 사극 사상 전에 없던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 그것도 짓밟히기 일쑤였던 ‘민초’의 얼굴이었다. 분이는 그래도 끝까지 살아남았다. “백성을 대변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이라고 해석했어요. 백성이 살아남음으로 인해서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잖아요.”
2004년 열네 살에 데뷔해 배우로 보낸 시간은 어느덧 12년이다. 초등학교 시절 서태지의 앨범 ‘Take 5’의 포스터 모델로 먼저 주목받았다. 차곡차곡 걸어온 길이었기에 신세경이 쌓은 필모그래피가 적지 않다. 해마다 한 편씩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활동했다. ‘안전한 길’을 좋아한다는데, 배우로서 만난 캐릭터는 변화무쌍했다. “일을 할 때엔 제가 가는 길이 안전한 길인지, 위험한 길인지 판단을 잘 못하겠어요. 100%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 같아요. 가보지 않은 길이니까요.”
20대 여배우 기근 시대에 매 작품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성장할 날이 더 많은 여배우는 누군가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그 안엔 치열한 기싸움이 난무한다.
신세경은 꽤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내려놨다.
“많이 데이고 깨지고 구르더니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욕심을 낸다고 제 것이 되지 않고, 제 것이 될 건 욕심을 내지 않아도 제 옆에 와있더라고요. 일로서는 아무리 욕심을 내봤자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 내 스스로의 힘으로 오롯이 하려고 해봤자 안 된다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마음을 많이 비운 상태예요. 그저 성실히 한 발씩 가면, 사람들도 쟤는 성실히 살더니 이만큼 왔구나 생각하지 않으실까요.”
신세경이 살아가며 욕심을 내는 단 하나는 ‘사람과의 감정’이다. “인간관계,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많이 욕심내요.” 때문에 완벽하진 않더라도, ‘보여지는 직업인’으로의 자신과 ‘자연인’으로의 자신을 분리하려 애를 쓴다.
“제게 있어 행복의 1순위는 작품이 잘 되고,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제 옆의 소중한 사람들과 트러블이 있고, 사이가 멀어지면 전 불행하다고 느낄 거예요. 물론 일로 얻는 보람은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제가 느끼는 행복의 가장 큰 이유는 아니에요. 이 직업을 하면서 쌓아가는 페이지들이 저를 이루고 있을 테니 완벽한 분리는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이 직업이 자연인으로의 저를, 저의 본질적인 부분을 해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제가 지탱하고 서있어야할 부분들을 쳐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문제라고 느낄 것 같아요. 인간 살듯이 인간답게 살아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은 차기작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욕심을 더 내려놓으려고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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