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안하면 스트리밍 사용 줄어

대형 기획사·아티스트 신곡 발매 꺼려

신곡·바이럴로 초기 트래픽 올려야 가능

명절 연휴가 되면 음원 차트는 공백이 발생, ‘빈집털이’ 전략이 시작된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명절 연휴가 되면 음원 차트는 공백이 발생, ‘빈집털이’ 전략이 시작된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딱 나흘. 올 추석 연휴 이 기간 음악 차트엔 ‘공백’이 생긴다. 등하교와 출퇴근길 지하철과 버스, 자동차 안에서 혹은 점심시간 이어폰을 통해 반복 재생되던 음악도 일상이 멈추면 함께 멈추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쉬는 기간엔 차트 역시 한산해진다.

23일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추석 주간에는 음원 이용량이 감소했고, 특히 추석 당일 이용량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우 써클차트 데이터저널리스트는 “이 기간은 차트 ‘빈집털이’가 가능한 시기”라며 “설이나 추석 명절 연휴, 연말 연초나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 시즌엔 통상 음원 이용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차트 빈집 털이를 하기에 아주 적당한 시기”라고 말했다.

차트 ‘빈집털이’는 음원 차트에서 대형 아티스트들의 신곡 발매나 음원 경쟁이 비교적 적은 비수기 시즌을 노려 음원을 출시하는 마케팅 전략을 뜻한다. 다만 한 가지 역설은 있다. 빈집은 생기지만 오래 비어 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출퇴근 안하면 음악 사용량 ↓

명절 연휴에 음원 이용량이 감소하는 것은 ‘생활의 리듬’이 바뀌기 때문이다. 등하교나 출퇴근 시간대 음원 사용이 집중되는 패턴을 고려하면, 일상적 이동이 없는 쉬는 날엔 음악 사용 역시 줄어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진우 데이터저널리스트는 “국내 음원 소비는 평일과 주말 사이에 차이가 있고, 출퇴근 시간대에 이용량이 집중되는 통근 중심형 구조”라고 분석했다. 평일에는 이동과 업무 전후의 일정한 시간이 음악을 듣는 시간으로 기능하지만, 명절이나 연휴가 찾아오면 이러한 리듬이 깨지는 것이다.

9월 28일 컴백을 앞둔 올데이프로젝트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9월 28일 컴백을 앞둔 올데이프로젝트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여기에 명절엔 친지, 지인과의 오프라인 만남이 늘어나며, 평소 미뤄뒀던 영상 콘텐츠나 게임, 영화 소비 시간도 급증한다. 이는 “음악을 소비하던 시간이 다른 활동으로 재배분되는 현상”이라고 김진우 데이터저널리스트는 설명한다.

음원 이용량이 줄어들면 차트의 경쟁 환경도 달라진다. 시장 전체의 이용량이 적어진 만큼 평소보다 작은 규모의 신규 이용량으로도 차트 안에서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은 현재 톱100 선정 시 최근 24시간 이용량 50%와 최근 1시간 이용량 50%를 합산해 순위를 산정한다. 이때 이용량은 스트리밍 40%, 다운로드 60%를 기준으로 한다. 일간·주간·월간 차트 역시 스트리밍 40%, 다운로드 60%의 음원 점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정한다.

차트 전체의 이용량이 낮아진 시기에 새로 발매된 곡으로 이용자가 집중되면, 초기 이용량이 순위에 영향을 줄 여지가 커질 수 있다. 특히 다운로드가 별도의 비중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팬덤이나 초기 지지층이 발매 직후 집중적으로 음원을 소비하는 것이 차트 진입에 영향을 미친다.

9월 28일 컴백을 앞둔 니쥬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9월 28일 컴백을 앞둔 니쥬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대표적인 ‘빈집 털이’ 성공 사례는 지난 2015년 김나영이 부른 ‘어땠을까’라는 곡이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2015년 12월 30일 ‘어땠을까’는 발매 직후 주요 음원사이트 순위가 급상승, 다음 날 멜론·지니 등 주요 실시간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이 시기는 대형 기획사 아이돌과 ‘응답하라 1988’ OST(배경음악) 등이 경쟁하던 때였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김나영의 차트 정상 등극은 이변이었다.

물론 연휴 직전 비수기에 신곡을 내는 것이 ‘차트 상위권’ 진입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빈집’이 생겼다고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김나영의 ‘빈집털이’ 역시 딩고뮤직의 세로 라이브 영상이 기폭제가 돼 차트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다. 이 영상이 화제를 모으면서 음원은 공개 3시간 만에 차트 5위권으로 올라갔고, 다음 날 오전에는 영상 조회수 100만회를 넘어섰다. 빈집으로 향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었기에, 차트 공백기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김진우 데이터저널리스트는 “음원 차트에서 ‘빈집털이’가 성립하기 위해선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며 “시장 전체의 음원 이용량이 대폭 감소하는 ‘차트 공백기’에 신곡을 발매하는 것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초기 트래픽을 폭발시키는 것”이라고 짚었다.

추석 연휴 그 후…컴백 러쉬, 빈집털이보다 ‘지키기’가 문제

올해 추석 연휴는 총 나흘. 추석 당일은 25일이다. 명절 직전과 연휴 기간에는 음원 소비가 감소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게다가 대형 신곡의 발매 역시 상대적으로 뜸해진다.

하지만 올해는 그 기간이 짧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본격적인 컴백이 시작되며 ‘빈집털이’ 천하(天下)는 금세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휴 직후인 오는 28일 하이브 산하 레이블 KOZ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지코가 프로듀싱한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의 올데이프로젝트, JYP엔터테인먼트의 니쥬, 음원 강자 엔플라잉 등이 컴백을 앞두고 있다.

그 때문에 업계에선 “연휴 기간에 확보한 초기 이용자를 실제 청취자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매 직후 영상과 숏폼 콘텐츠, 라이브 클립,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 등을 통해 곡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빈집털이’에 성공했더라도, 연휴 이후 청취자들의 자발적 스트리밍을 이끌어내 순위를 지켜내는 것이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차트 경쟁이 치열한 시기엔 대형 기획사와 유명 아티스트의 신곡이 상위권을 빠르게 점령한다. 하지만 차트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명절 연휴와 같은 비수기는 인디 아티스트나 미처 주목받지 못했던 명곡들에게 ‘열린 기회’다.

김진우 데이터저널리스트는 “평소 차트 진입조차 어려웠던 인디 아티스트나 숨은 명곡들이, 이 같은 트래픽 공백기를 거쳐 차트 상단에 노출되는 ‘선순환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대중 역시 기존 톱스타 위주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벗어나 신선하고 완성도 높은 숨은 노래를 재발견하는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전략적 빈집 털이는 자본 중심의 차트를 다양화하는 유용한 통로”라고 분석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