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열기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넘어 중앙처리장치(CPU)로 번지고 있다. 메타의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Muse)’가 출시 초반 흥행에 성공하면서 AI 에이전트 확산에 따른 CPU 수요 증가 기대가 커진 결과다. 이달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상승률 상위권도 CPU 반도체 ETF가 휩쓸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KODEX 미국CPU반도체TOP10’는 25.66% 상승했다. 국내 상장 ETF 가운데 상승률 1위이다. ‘KIWOOM 미국CPU반도체TOP4+’도 21.10% 상승하며 상승률 2위를 기록했다. 두 ETF는 인텔과 ARM, AMD 등 글로벌 CPU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메타가 지난 8일 내놓은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의 흥행이 영향을 미쳤다. 뮤즈는 이용자를 대신해 여러 서비스를 오가며 작업을 수행하는 개인용 AI 에이전트다.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와 인스타그램 등 이용자의 소셜 콘텐츠를 기반으로 응답한다. 브라우저를 통해 지메일과 애플·구글 캘린더, 오픈테이블 등 외부 서비스와 각종 웹사이트도 연동한다.
뮤즈는 지난 21일 기준 미국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무료 앱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AI 에이전트 확산 기대가 커지면서 CPU 관련주도 급등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일주일 간(14일~22일) 27.44% 올랐다. AMD(26.42%), ARM(39.41%), 퀄컴(10.06%) 등도 동반 상승했다.
AMD는 지난 21일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마이크론에 이어 반도체 기업 가운데 네 번째로 ‘1조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가치 상승을 넘어 AI 인프라 투자 축이 GPU 중심에서 CPU와 메모리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변화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AI가 챗봇형에서 에이전트형으로 진화하면서 CPU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챗봇형 AI는 이용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데 그쳤지만 AI 에이전트는 여러 단계의 추론과 도구 제어를 순차적으로 수행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복잡한 작업 흐름을 조율하는 CPU 사용량이 늘어난다.
CPU는 이용자의 요청을 해석하고 작업 순서를 정해 각종 도구를 호출하는 등 전체 흐름을 조율한다. 대규모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연산에 특화된 GPU와 역할이 다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22일 보고서에서 에이전틱 AI용 CPU의 메모리 탑재량이 일반 CPU보다 30~100% 많다고 분석했다. AI 헤드노드에서 CPU 1개당 탑재되는 GPU 수도 2024년 4개에서 2028년 1.9개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AI 인프라에서 GPU보다 CPU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신승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챗봇은 일회성 질의응답 중심으로 대규모 행렬 연산을 수행하는 GPU 의존도가 압도적이었다”며 “AI 에이전트로 전환되면 지속적인 추론뿐만 아니라 가상환경·도구 제어 등 순차적인 작업 처리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CPU 사용량이 대폭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CPU 공급 부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뮤즈의 흥행은 소비자향 AI 에이전트 서비스의 성장 잠재력을 시사하는 사례”라며 “에이전트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될수록 워크로드 오케스트레이션을 담당하는 CPU의 수요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미 타이트한 CPU 공급 병목은 한층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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