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홈쇼핑 재직 시절 비리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는 신헌 롯데쇼핑 대표가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에 소환돼 20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은 지 꼭 닷새만이다.

롯데쇼핑은 18일 신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사퇴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이날 두 줄짜리 짤막한 보도자료를 통해 “신 대표가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직무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33년만에 롯데쇼핑 수장자리에 오른 신 대표는 이로써 비리혐의로 중도에 하차하는 불명예를 안게됐다.

롯데쇼핑은 이에따라 이른 시일 안에 임시주총, 이사회 등 후속 인선 절차를 거쳐 후임 대표이사를 선출할 예정이다. 당분간은 롯데쇼핑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그룹 관계자는 이와관련 “어제 오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후임 인선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일각에선 신 대표의 중도하차로 대표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그간 업계에선 신 대표가 롯데쇼핑 수장자리에 오른 지 만 3년째인 올해 본격적으로 ‘자기 색깔’을 낼 것으로 관측해왔었다. 이번 신 대표의 중도하차로 롯데쇼핑은 다시 새판을 짜야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에대해 “신 대표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해서 당장 사업에 차질을 빚거나 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 대표의 중도하차로 롯데쇼핑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해외진출 사업의 경우 일정 정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가 롯데쇼핑 해외사업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해 왔었다. 해외 첫 점포인 러시아 모스크바점은 꼭 7년만인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텐진 동마로점(텐진 1호점)을 비롯해 텐진 문화중심점(텐진 2호점), 웨이하이점, 청두 환구중심점 등 현재 4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에선 선양에 대규모 점포를 오픈하는 등 올해 해외진출 7년차를 맞는 롯데쇼핑은 해외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해왔었다. 신 대표가 그동안 매달 최소 보름 가량 해외 출장에 나섰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신 대표의 사의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던 롯데그룹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신 대표의 사의를 수용한 것은 이같은 경영공백이 우려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롯데 챔피언십 참석차 출국했다 전날 귀국한 신동빈 회장은 별다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신 대표가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임직원들이 회삿돈을 횡령하는 단계부터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서영민 부장검사)는 이모(51) 롯데홈쇼핑 방송본부장이 인테리어 공사대금을 과다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아 횡령하는 과정에서 신 대표와 공모한 단서를 잡고 정확한 공모 관계를 확인 중이다.

임직원들이 빼돌린 자금을 상납받은 수준을 넘어 임원과 비자금 조성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그동안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적은 있지만 횡령을 지시하거나 요구한 적은 없다”고 해명해왔다.

신 대표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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