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적성능력시험, 가을에는 수학능력시험(春適能試 秋修能試)’
12일과 13일 치러진 현대자동차적성능력시험(HMAT), 삼성적성능력시험(SSAT)의 응시 열기는 가을 대입 수학능력시험 못지 않았다. 오는 19일에는 9급 공무원 채용시험까지 치러진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인생이 봄, 가을 치러지는 두 차례 시험에서 판가름나는 셈이다.
인재를 뽑는 것은 매 한 가지인데 내용이 좀 다르다. 봄 시험(春試)에서는 역사가 필수다. 그런데 가을 시험(秋試)에서는 역사가 선택이다. 또 기업이 낸 시험에서는 종합사고력을 평가하는데, 나라가 주관한 시험은 그렇지 않다.
나라가 만든 교육과정만으로는 기업이 낸 문제를 풀기가 어렵다. 수천만 원 들여 어학연수를 가야하고, SSAT, HMAT 학원을 다녀야 한다. 역사와 종합사고가 강화되면서 이젠 역사학원, 종합사고학원도 다녀야 할 지 모른다.
올 해 기업들이 낼 법인세는 약 46조원. 국가는 이보다 많은 54조원을 교육 예산으로 편성했다. 어마어마한 돈을 쓰는데 기업을 위한 인재를 키워낼 인프라는 아직 미흡하다.
이러다보니 돈 벌어 세금 내는 쪽보다 세금 걷어 돈 쓰는 쪽에 더 많은 이들이 몰린다. SSAT 응시자 기준 삼성의 공채경쟁률은 20~30대 1 쯤이다. 올 9급 공무원 시험경쟁률은 이 보다 두 배 이상 많은 64.6대 1이다.
사실 기업은 깐깐한 성과 평가에다 퇴직 후 생계도 걱정해야 한다. 공무원은 연공제가 철저하고 웬만하면 정년이 보장된다. 특히 나라가 보장을 약속한 월소득액 대비 75% 수준의 연금이 있다. 경영자총협회는 통상임금 적용이 확대되면 기업들은 연평균 4조4331억원의 인건비 지출을 늘려야한다고 추정했다. 그런데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적자를 메우는데 쓰는 세금이 올해에만 4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2020년에는 연간 6조3000억원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연금보험료를 많이 낸다지만, 기금이 적자날 만큼 받는 것은 무리다. 기금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같은 논리면 국민연금도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야한다. 박봉이라지만, 봉급만 그렇고 보수까지 따지면 다르다. 퇴직금이 적다지만, 고용안정에 따른 누진효과를 감안하면 왠만한 기업 안부럽다.
돈 버는 곳보다 돈 쓰는 곳에 더 많은 인재가 몰리고, 그 많은 돈을 써서 만든 교육과정이 기업에 별 도움이 안되는게 현실이다. 국민과 기업을 위해야지, 공무원을 위한 나라가 되서는 안된다.
홍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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