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글을 배운 뒤 가장 먼저 쓴 편지는 37년전에 먼저 천국에 간 남편에게 쓴 편지였습니다. 열살도 안된 아이 둘을 데리고 살면서 혼자 굳건하고 당당하게 키워낸 것을 남편에게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힘든 시절을 떠올리며 편지를 다 쓰고 나니 눈물이 저절로 흐르더군요.”

초등 학력인정 문해 교육 프로그램 운영 기관인 서울 동대문구 전곡초등학교 문예학교에서 ‘에이스’로 통하는 신현옥(74ㆍ여ㆍ사진)씨. 그녀가 글을 배운 뒤 가장 먼저 지은 문학 작품은 바로 지난 1979년 당시 6, 9세 두 아이를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편지였다. 배움에 대한 열정만은 이미 학교 안에서 정평이 나있던 그는 배운 것을 활용해 그때마다 일기를 쓰거나 글짓기에 도전하는 등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려 노력해왔고, 그 결과 남편에 대한 애절하고 그리운 마음이 담긴 편지글이 완성됐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통했는지, 이 글 덕분에 신씨는 지난 2014년 9월 동대문 독서 경진대회 ‘성인부 편지쓰기’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이어 열린 동부교육지원청 문해학습자 수기 공모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빼어난 글솜씨를 인정받았다. 신씨는 “글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되니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그동안 못한채 가슴속에 묻어뒀던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9세였을 때 한국전쟁이 발발하며 학교 교육을 놓치고 말았다. 생계에 쫓겨 살다보니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무리하게 생계에 매달리다보니 몸 반쪽의 신경이 마비되는 병도 앓았다. 신씨는 “이후 병을 극복하는 방안 중 하나로 그동안 항상 원해왔던 공부를 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학습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공부를 시작한 신씨는 무서운 속도로 공부를 해 나갔다. 덕분에 지난해 입학한 전곡초 문예학교는 3년만에 졸업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1년만에 초등 과정을 이수했다. 특히, 신씨는 뛰어난 학력을 인정받아 이번에 열리는 문해교율 학력인정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답사를 할 예정이다.

교실에서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재미나다는 신씨는 벌써부터 큰 꿈을 꾸고 있다. 신씨는 “올해 중학 과정에 입학할 예정이며, 고교 검정고시까지 합격한 뒤 대학에 들어가보는게 여생의 목표다”고 말했다. 신씨와 같이 비록 배움의 때를 놓쳤지만 만학도로서 초등ㆍ중등 학력인정 문자 해독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총 556명을 위한 졸업식이 23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 우면관에서 개최된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36개 프로그램 운영 기관에서 공부했다. 이번 5회 졸업식에서는 초등 485명, 중학 71명이 졸업장을 받는다. 졸업장을 받는 이수자는 60대 36.7%, 70대 44.5% 등 50~80대 사이 장ㆍ노년층(99%)이 대다수다.

전국 시ㆍ도교육청 최초로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1년부터 실시한 초ㆍ중 학력인정 문해교육’은 지난해까지 초등 3단계(초등학교 5ㆍ6학년) 1788명, 중학 3단계(중학교 3학년) 9명 등 총 1797명이 이수ㆍ졸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다문화 이주여성과 외국 국적자들이 한글과 한국 문화를 배우는 별도의 반을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 총 64개 기관ㆍ127학급에서 진행되던 초등·중학 문해교육을 올해 총 66개 기관ㆍ148학급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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