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소녀시대의 음악이 예전만큼의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말 나온 ‘미스터미스터(Mr.Mr.)’는 음원 사이트나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는 했지만, 파괴력이나 존재감, 지속도, 이슈성에서 전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
소녀시대가 신곡을 발표하면 노래가 금세 귀에 박히는 것은 물론이고 연예인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춤이나 스타일을 따라하게 돼 있다. 소녀시대 유닛인 태티서의 ‘Twinkle’(2012년)때만 해도 그런 모습은 어느 정도 유지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현상이 없었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는 소녀시대의 이미지나 캐릭터 측면에서다. 소녀시대는 어느새 풋풋한 이미지가 많이 사라져버렸다. 단순히 멤버 두 명이 공개 연애를 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모든 걸그룹이 세월이 가면 청순하고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나 캐릭터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통기한동안 재빨리 이미지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연기나 뮤지컬, MC 등으로 개인활동을 강화하는 게 한 방법이다. 에이핑크가 무섭게 부상한 데에는 ‘노노노‘ ‘미스터 츄’가 연이어 터지고, 걸그룹들 대다수가 섹시 컨셉으로 갈때, 청순함을 무기로 내세운 차별화전략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은지가 ‘응칠‘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 연기와 몇몇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정은지가 ‘연기돌‘로서도 부각되면 개인과 그룹(에이핑크) 모두에게 ‘윈윈‘이다.
소녀시대도 개별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연기활동에서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연기가 좀 된다는 윤아마저도 ‘사랑비’와 ‘총리와 나‘로 저조한 성적을 면치 못했다. 다른 멤버들 대부분의 연기 성적도 미진하다. ‘SM의 연기 저주’라는 말까지 나왔다.
소녀시대가 8년차 걸그룹인 만큼 이미지 소비는 피할 길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급속하게 이미지가 약화될 지는 몰랐다. 6년차 걸그룹 2NE1이 자유롭고 반항적인 이미지가 여전히 살아있는 것과 비교된다.
소녀시대는 국내 최고의 걸그룹(1등 이미지)으로서 고급 이미지, 갈등을 노출하지 않은 안정감 등의 차별화된 이미지가 일반 걸그룹의 평균수명보다 훨씬 길게 갈 수 있을 것으로 볼 수 있는 요인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예측 조차도 쉽게 하기가 힘들어졌다.
두번째 이유는 음악적인 측면이다. ‘다시 만난 세계‘(2007년) ‘Gee‘(2009년), ‘훗’(2010년) ‘The Boys‘(2011년), ‘I Got a Boy’(2012년) 등 소녀시대의 음악들은 대중성과 함께 적당히 실험성도 추구해왔다. 이런 점과 소녀시대의 고급 이미지가 합쳐져 골수 팬과 라이트 팬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굳건한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다. 걸그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적지 않은 음반을 판매할 수 있었고, 유튜브 조회수 등 SNS 노출과 TV 출연의 흥행(어떤 때는 음원차트까지도 휩쓸었다)이 모두 보장되는 그런 걸그룹이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소녀시대는 해외활동과 마케팅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국내활동은 별로 하지 않아도 되는 걸그룹처럼 돼버렸다. 씨스타가 그룹과 유닛, 프로젝트 활동인 콜라보레이션 등을 두루두루 섞어가며 1년내내 활동하는 것과 대조된다.
소녀시대는 이런 자신감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실험성이 한층 강화된 ‘I got a boy’를 불러도 크게 히트시키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만약 ‘I got a boy’를 다른 걸그룹이 불렀다면 “이거 뭐야?”라는 반응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I got a boy’는 걸그룹이 부를만한 노래가 아니었다. 하지만 소녀시대는 오히려 ‘I got a boy’로 멤버 9인의 캐릭터를 모두 부각시켜 개개인의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극대화 전략을 성공시켰다.
이번 ‘Mr.Mr.’에서는 보다 소녀시대적인 모습의 음악으로 돌아왔지만 별로 특징이 잡히지 않는다. 멤버들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윤종신 음악같은 뮤지션 음악이라고 했지만, 별로 아티스틱하지도 않고, 별로 트렌디하지도 한다. 단조로우면서 재미가 없다. 그래서 흡인력이 떨어진다. 실험성의 약화가 대중성의 강화로 나타나지 않고 밋밋함이라는 결론을 낳은 셈이다.
물론 이번 ‘Mr.Mr.’ 하나 실패로 소녀시대를 혹평한다고 할 지 모르겠다. 대중성에서 실패하더라도 소녀시대가 쌓아가는 연륜에 도움이 된다면 그 또한 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Mr.Mr.’의 저조한 실적은 소녀시대가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는 음악적인 시도와 앞으로 가야할 방향에 전투력을 부여해줄지는 몰라도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폭넓은 대중에게 소구할만한 음악적인 매력이 왜 이렇게 줄어들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디, 다음 노래에서는 소녀시대의 길을 잘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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