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딛고 새 희망들과 함께한 한달…‘밤의 제왕’ 수리부엉이의 육아일기
꽃샘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3월 초 경기도 김포시 한 야산 절벽 틈에서 부엉이 한 마리가 꿈쩍도 하지 않고 몇일 동안 앉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갔지요.
현장에 도착해 보니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더군요.
수리부엉이는 2월~3월이 번식철이라 오랫동안 한곳에 있는 것은 알을 품고 있는 것이라 확신을 하고 멀리서 망원렌즈(600mm)로 몇 컷 찍고 일단 물러섰습니다.
그리고 제보자에게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당부도 했지요.
왜냐하면 조류들은 포란(알을 품는 것)장소가 사람들에게 자주 노출되면 알을 버리고 둥지를 떠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죠.
열흘이 지난 후 엄마 수리부엉이가 궁금해 다시 찾았습니다.
둥지 주위에는 먹이로 희생된 다른 새들의 깃털과 함께 하얀 솜털과 샛노란 눈망울이 인상적인 새끼 두 마리가 태어나 있는 겁니다. 그 뒤로는 바위와 비슷한 보호색을 띈 어미 수리부엉이가 근엄한 표정으로 새끼들을 돌보고 있더군요.
수리부엉이는 천연기념물 제324호, 멸종위기야생동식물2급으로 지정돼 있는 보기 드문 새입니다. 밤의 제왕이라는 별명답게 우리나라 텃새 중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몸통길이 약70cm, 날개를 펼쳤을 때는 160cm~180cm인 대형 조류입니다.
주로 쥐, 토끼, 조류, 소형 포유류(고라니새끼) 등을 주로 먹고 사는데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특이한 날개구조로 비행할 때 소리가 나지 않아 사냥의 귀재이죠.
해가 서산을 넘어 가자 갑자기 어미 수리부엉이가 새끼들을 내버려두고 둥지를 박차고 날아오르더군요. 야행성인 수리부엉이에게는 아침이 밝은 거죠.
어둠이 몰려와 주위의 사물을 구별할 수 없게 돼 카메라와 망원렌즈를 챙기려는데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폭격기처럼 어미수리부엉이가 소리없이 검은 그림자만 남기며 둥지로 돌아왔습니다.
어미가 사냥한 먹이를 새끼들에게 먹이러 돌아온 것이라 생각하고 카메라와 렌즈를 수동모드로 검은 그림자에 맞추고 5~6컷 찍었습니다. 사진을 확인해 보니 어미가 들쥐를 잡아와 새끼들에게 먹이더군요. 어둠이 내려오기 시작해 둥지를 떠나 10여분 만에 들쥐를 잡아오는 어미 수리부엉이의 사냥능력에 감탄하며 ‘능력있는 엄마의 보살핌으로 굶어 주지는 않겠구나’하는 싱거운 생각을 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로부터 또 다시 열흘 후 수리부엉이 가족을 찾았습니다.
새끼들은 토종닭만큼 커서 솜털 옷을 성체의 깃털 옷으로 갈아입는 시기더군요. 둥지에서의 활동량이 많아져 새끼들끼리 장난도 치고 어미가 먹이로 물어준 들쥐와 야생오리를 뜯어 먹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앞으로 둥지를 떠나 홀로서기를 위한 훈련인 것입니다.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나 인간환경으로 인한 피해없이 생태계에서 ‘밤의 제왕, 소리없는 사냥꾼’의 대를 이어가기를 기원합니다.
▲ 축복속에 태어나…
▲ 서로 의지하고…
▲ 잘 먹었더니…
▲ 이만큼 자랐답니다
글·사진=김명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