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케이블 TV 사상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tvN ‘응답하라 1988’이 한창 인기가도를 달릴 당시 온라인엔 흥미로운 글들이 떠돌았다. 여주인공 혜리는 덕선 역할을 연기하며 그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으나, 혜리의 연기력이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응팔’ 보다가 혜리 얼굴 보니 알바몬 광고 생각나서 못보겠네요.”
“짜증나서 꺼버렸어요 제가 속좁은 건가요?”
“다들 같은 마음이군요.”
이 글은 PC방, 편의점 등 자영업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지에 올린 글이었다.
혜리는 지난 2014년 알바몬 광고에서 “500만 알바 여러분, 법으로 정한 대한민국 최저임금은 5580원”이라며 “5580원, 이런 시급. 쬐끔 올랐어요 쬐끔. 370원 올랐는데. 이마저도 안 주면 히잉”이라는 광고로 건강한 이미지의 아이돌로 떠올랐다.
당시에도 광고에 대한 극과 극의 반응이 나왔다. 지난해 9월엔 ‘대학생이 뽑은 좋은광고제’에서 대상을 받는가 하면 유튜브에서 선정한 2015 상반기 국내광고 톱2에도 선정됐다. 혜리는 이 광고를 통해 같은 해 3월 고용노동부 표창을 받았다.
광고 자체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PC방, 주유소, 편의점 등 자영업 소상공인들이 이 광고에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면서 해당 사이트를 줄탈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특히 ‘이런 시급’의 여파가 셌다.
급기야 드라마 방영 중 ‘사장님들’께선 혜리 때문에, 자꾸 ‘알바몬’ 광고가 생각나서 드라마를 보기 싫다는 글을 올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화제가 됐다.
놀랍게도 혜리는 드라마 도중 알바몬 광고를 다시 체결했다. 환경도 나아지고있다. 지난 31일 고용노동부는 열정페이를 일삼는 기업들을 처벌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근로자처럼 일을 시키면서도 임금을 적게 주면 근로기준법 등에 따라 징역·벌금형을 받고, 인턴에게 야간·주말근무를 시키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내용이다.
‘열정페이’ 근절과 ‘최저시급’ 준수를 강조하는 알바몬 광고로 ‘청년의 상징’이 된 혜리에게 최근 인터뷰 자리에서 알바몬 광고로 인한 소동, 열정페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혜리는 “재밌는 해프닝인 것 같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사실은 가벼운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제 또래 친구들이고, 동생들이다”라며 “사회에 들어오는 첫 관문이고, 거기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 친구들도 있다. (최저시급을) 지켜줬으면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혜리 역시 고교 시절 걸그룹으로 데뷔, 1년 동안 300일을 일할 정도로 치열한 날들을 보냈다. 굳이 광고가 아니더라도 혜리 스스로 역시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제가 돈을 못 벌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 때는) 돈을 번다는 생각보단, (적어도) 이 만큼의 일을 했으면 그에 맞는 대가를 받아야 시너지가 나서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 그런 과정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회로 나온 첫 관문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 과정을 거쳐 직장도 구하는 거잖아요. (알바몬 광고는) 참 좋은 시선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입장차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복잡한 거 같아요. 제가 이게 맞아요. 틀려요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말을 아꼈지만, 자신의 생각은 분명히 전달했다. ‘100억 소녀’로 불릴 만큼 수많은 광고 속 주인공이 됐지만, ‘알바몬’의 광고는 공익적 성격이 강해 혜리의 밝은 이미지에 건강한 청년의 모습을 덧씌워줬다. 혜리가 ‘응팔’ 도중 새로 찍은 알바몬 광고는 ‘뭉쳐야 갑이다’라는 카피로 알바당을 창당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2016년 최저시급은 6030원, 혜리는 “최저시급 챙겨주자고요”, “귀한 집 자식이다”라고 말하면 받아야할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젊음을 착취 당한 청년들의 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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