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전세를 구해 한달에 40만원씩이나 되는 월세 부담의 늪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지방출신 직장인 A(31)씨. 그는 결국 그 꿈을 미룰 수 밖에 없었다.
2년의 직장생활 끝에 2000만원을 모은 A 씨는 지난 2월 국민주택기금의 근로자서민전세대출을 이용하여 전셋집 찾기에 나섰다. 보증금의 70% 최고 8000만원까지의 대출, 연 3.3%의 이율이면 보증금 6500만원의 전셋집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금에 대한 이자는 월 1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 전세금을 구하면 월급을 뭉텅뭉텅 썰어내던 월세에 비해 큰 돈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A 씨는 한 달만에 전세 찾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중개업소에 전화를 걸면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원룸은 전세로 내놓지않는다”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전셋집을 찾아내 등기부를 은행에 들고 가면, 근린생활시설을 원룸으로 개조했거나 주택이 아닌 그냥 오피스텔인 경우가 열에 아홉이었으며, 그 나머지는 근저당이나 융자가 있어 전세 대출이 안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였다.
자립을 꿈꾸는 청년들이 살 곳이 마땅치않다. 40~50만원에 이르는 월세는 내고 나면 삶 자체가 팍팍해지고, 정부지원이 있다는 전세는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월세지원책인 주택급여(주택바우처는) 소득1ㆍ2 분위로 한정되며, 기껏 받을 수 있는 지원책은 월세 세액 공제다.
있는 지원책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뜩이나 힘든 전셋집 찾기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민달팽이 유니온 세입자네트워크 임경지 팀장은 “정부가 청년들의 주거 대책에 이렇다할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면서, “현재 있는 지원책들도 집을 찾아오면 지원을 해주겠다는 식인데, 임차인의 권리보다 집주인의 자산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근로자ㆍ서민전세대출, 대학생 전세주택임대 제도 등의 전세 지원책들이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다. 전세 집을 찾기도 힘들뿐더러 전셋집을 찾아놔도 근로자 서민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집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전세지원책은 그 대상을 ‘주택’으로 한정짓고 있는 상황이라 전세 가능 원룸을 찾았다고 해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토부 주택기금과 관계자는 “현재 전세대출의 경우 공부상 주택만 가능하다. 주택이 아닌 경우 세입자는 임대차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면서, “세입자를 위해서라도 전셋집 찾기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주택’으로 한정짓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의 20~30대 전세자금대출 실적은 전년도에 비해 크게 준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의 근로자ㆍ서민주택전세자금 연령별 취급현황에 따르면 20~30대의 총 대출 금액은 3조1245억원으로 전년도 3조8709억원에 비해 20%이상 줄었다. 젊은 층을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는 2013년 9864억원으로 전년도 8961억원에 비해 늘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젊은 층만 유독 해택을 못보는 상황에 대해 “시장상황 때문”이라면서, “전셋값이 오르다 보니 주택 매매전환 등으로 물량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전세주택임대 제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학생들이 집을 구해오면 정부와 집주인이 전세계약을 맺는 이 제도는 운영상의 문제점으로 학생들을 거리로 내몬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영등포구 신길동으로 전셋집을 구해 이사하려던 대학생 B(26) 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지난 201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학생 임대 주택 신청으로 이번이 두번째 계약이었던 B 씨는 2월 초 새로운 집을 구한 상태였고 2월 30일께 이사 예정이었다. 하지만 2~3일이면 된다는 LH의 재계약 승인이 3주가 지나도록 나지 않은 것이다. 통상적으로 승인 뒤에도 3주가 지나서야 LH와 집주인과의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약속한 30일에 이사를 하기는 불가능했다. 결국 B씨는 양쪽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한 뒤, 아직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은 노량진 집에서 한달 월세를 내고 이사를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신길동 C 공인 관계자는 “우리 부동산에만 지난 2월 LH전세주택 임대로 집을 구하려던 두명의 학생이 승인이 늦어져 밖에 나 앉을 뻔 했다”면서 “특히 전세주택임대 대상자 발표가 2월 11일에 나는 바람에 개학까지 보름 밖에 남지 않는 신규 학생들의 경우 친구집이나 고시원에서 묶다 집을 찾아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B 씨가 밖에 나앉을 뻔한 경험을 한 것은 LH 대학생 전세주택 관련 인력 부족 때문. 2월에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업무가 바빠질 것을 예상 못한 LH의 판단 착오 탓이었다. 국토교통부 주거복지과 관계자는 “해당 인력을 보충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