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가파르게 오른 전세보증금을 맞추려고 시중은행 등에 빌린 대출금이 3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전세 빚’ 역시 서민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이다.

6일 국토교통부와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1조5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3개월 만에 5.7% 증가한 것이다.

분기별로 보면, 전세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4.8%에서 2분기 3.6%, 3분기 3.4%로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듯 보였으나 올해 들어 증가폭이 대폭 상승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증가세는 지난해 하반기 정부가 전ㆍ월세 안정 대책을 내놓은 후 나타난 수치라 더욱 주목된다.

계좌별로 보면, 3월 말 현재 대출 계좌는 총 83만1000개다. 전세 빚은 여러 은행에서 끌어다 쓰기 힘든 점을 고려하면 가구당 평균 3500만원씩 전세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은 셈이다.

전세대출 증가세가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부실도 늘어가고 있다. 신용평가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세대출 연체율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을 앞지른 것이다.

지난해 보증부 전세대출 연체율은 1분기 0.56%에서 3분기 0.7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63%에서 0.56%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연체율이 역전되며 전세대출 연체율이 주담대출보다 0.18%포인트 높아졌다.

이런 전세대출의 가파른 증가세는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채무불이행 위험을 가져다줄 수 있어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부추길 수 있다.

실제로 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아파트 경매 중 청구액이 낙찰가보다 높아 전세보증금을 다 못 주는 물건이 지난해 매월 207건(약 21%)씩 나왔다고 분석했다. 즉 경매 물건 5건 중 1건은 보증금을 주리 못해 전세대출을 받은 세입자 역시 채무불이행 하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금 급등세와 전세대출의 급증세가 갑자기 꺾이는 순간 ‘역(逆) 전세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은 무이자 차입금”이라며 “언젠가 이를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역 전세난이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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