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해 사이 ‘토크콘서트’가 공연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인기 강사들을 주축으로 한 강연 형식을 벗어나 오로지 말로 웃기고 울리는 콘서트다.
방송가 내로라하는 입담꾼 세 사람의 토크코서트가 세대별로 인기다. 7년째 연말연시 콘서트의 신(神)으로 군림 중인 김제동(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을 비롯해 박경림(여자의 사생활), 하지영(하톡왔숑)이 있다.
방송인 김제동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 분야를 확대 재생산했다. ‘원조’격은 박경림이다. 박경림은 “1999년이었던 20대 초반 무렵, 대학로에서 토크콘서트를 시작했다”고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여자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한 건 지난해부터다.
▶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한 갈망”…토크콘서트 탄생 배경=‘말’로 먹고 사는 방송인들이 말로 하는 콘서트를 여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콘서트라고 가수만 하란 법 있나요?” 가수는 노래로 공연을 하니, 방송인은 말로 공연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제동이 토크콘서트를 시작한 건 2009년 연말이었다. 토크콘서트로 단단한 입지를 굳히며 전국구 공연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김제동 본인의 갈증과 소속사의 주력 콘텐츠의 궁합이 맞았다. 시기적인 부분도 맞아떨어졌다.
김제동은 YB, 뜨거운 감자 등이 소속된 디컴퍼니에 지난 2009년 둥지를 틀었다. 라이브 공연 위주의 콘텐츠에 주력하는 디컴퍼니에서 김제동은 본인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게 됐다. 소속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 형식의 공연을 하고싶다는 바람이 크던 차에 토크콘서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제동이 출연 중인 방송 프로그램에서 줄하차의 주인공이 됐던 시기다. 김제동으로서는 공연으로 눈을 돌려 새롭게 정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은 때였다. 15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시작했던 공연은 시작과 동시에 매진 돌풍이 불었고, 연장공연은 물론 서울을 넘어 지방투어까지 이어진게 올해로 7년째다.
SBS ‘한밤의 TV연예’의 장수 리포터 하지영이 토크콘서트를 시작한 건 2013년이었다. 후발주자 격인데다 두 사람에 비해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하지영의 토크콘서트는 2030 젊은 세대에게 반응이 좋다.
하지영은 “소규모 공연기획을 하는 후배의 권유”로 토크콘서트를 시작했다. 시작은 미약했다. 30명 정도의 관객 앞에서 조촐하게 출발했다. 하지영은 13년차 연예 전문 리포터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으로 출발, 현재 160석까지 늘렸고 2개월에 한 번씩 일 년에 총 여섯 차례 공연을 진행 중이다. 다음 공연은 오는 2월 25일(윤형빈소극장)로 예정됐다. ▶ ‘세대통합’ 김제동, ‘여자들의 놀이터’ 박경림, ‘2030 커뮤니티’ 하지영=이들의 토크콘서트는 대체로 3시간 가량 진행된다. ‘소통’이 최우선가치이며, 토크, 노래, 고민상담으로 이어지는 공연구성은 흡사해보여도 성격과 타깃 연령층은 전혀 다르다.
김제동의 토크콘서트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힐링”을 안긴다면, 박경림의 토크콘서트는 “여성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놀이터”다. 하지영의 토크콘서트는 “친목 도모의 커뮤니티로의 역할”도 한다. 공연 이후면 관객들과 회식까지 하기 때문이다. 하지영의 토크콘서트는 일단 젊다. 2030 세대가 주관객층이다. 하지영은 “지금까지 1000여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말 잘 하는 법, 대중 앞에서 떨지 않고 이야기하는 노하우를 전달하고, 매일의 평범한 날들 중 오늘이 특별한 날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고민을 나누고 공감하는 콘서트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소녀시대 수영, 가수 허각 등 깜짝 게스트도 의외의 볼거리다. 수영이 등장해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연애사와 연애를 하고 싶은 데도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전할 땐 관객들의 몰입도는 더 높아진다. 수영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방송과 달리 가까이 마주 앉은 소규모 관객들과 호흡하는 편안한 자리이기 때문에 더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경림의 토크콘서트는 결혼, 출산, 육아, 직장생활로 지친 여성들을 위한 맞춤형 토크콘서트다. 박경림은 앞서 간담회를 통해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여자들은 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아이 때문에 웃고 시댁 식구 때문에 운다. 그러다 보면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없다”며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고, 상실감과 허탈감도 심해진다. 옆에서 괜찮다고 말 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생각”에서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라디오 DJ로 다져온 입담을 여성 관객들을 위해 쏟아낸다. ‘여자들의, 여자를 위한, 여자에 의한’ 콘서트다. 웃고 즐기는 가운데 소소한 감동이 함께 한다. 여성 관객들을 위한 조인성 하정우 김우빈 조정석 등 남자배우의 특별출연은 박경림 토크콘서트의 ‘화룡정점’이다.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세대 통합형’이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현재 15개 도시 지방투어에 한창이다. 2009년 150석으로 시작한 서울 공연은 800석 규모로 확장됐다. 김제동의 경우 ‘소통의 달인’답게 공연장의 구조를 중요시한다. “관객들과의 자유로운 대화를 위해 김제동의 시야에 모두 들어오는 구조를 선호한다”는 것이 소속사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객석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자리한다. 지난 서울공연을 찾은 70대 김모 씨는 이날 김제동에게 이끌려 무대에 올랐다. “예전 서울시청 앞에서 법륜스님과 함께 했던 무료콘서트를 재밌게 봐서 콘서트에 오게 됐다”고 한다. 이미 7년째 인기공연의 정상을 지켜왔으나, 최근엔 JTBC에서 방송 중인 ‘김제동의 톡투유’ 시청자가 ‘토크콘서트’의 관객으로도 유입되고 있다.
공연에선 김제동의 화려한 입담이 장르를 넘나들며 쏟아진다. 연애, 취업, 경제, 정치 이야기도 화두에 오른다. 관객과 호흡을 주고받는 오프닝으로 시작해, 메인토크에서 김제동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후반부엔 함께 부르는 노래로 마무리한다. 최근 서울공연에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그대에게’를 관객과 함께 불렀다. 초대가수는 없다.
▶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소통의 무대”…토크콘서트의 매력=“누구나 말할 수 있는 무대, 모두가 소통하는 무대”를 지향하는 토크콘서트는 관객들에게도 특별한 하루가 된다. 무대 위가 아닌 무대 아래에 자리한 이들 모두가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를 찾은 70대 김모씨는 “무대에 섰던 게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며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즐거웠다”고 말했다. 하지영의 토크콘서트를 찾은 30대 임모씨도 “3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즐거웠다. 모르는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고, 이 안에서 만큼은 걱정 고민을 잊을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공연 이후 소감을 들려줬다.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는 MC들에게도 관객과 소통하는 이 시간은 특별하다. 하지영은 “내가 하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맞다고 공감해줄까 싶었는데, 함께 들어주고 나눠주는 관객들을 통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스스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인생의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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