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중계전쟁이 시작됐다. 개막을 두 달 앞둔 현재 지상파 3사는 저마다 스타 캐스터와 해설위원을 앞세워 치열한 중계전을 예고하고 있다. KBS도 ‘스타 캐스터’의 영입을 통해 월드컵 중계전쟁에서 우위를 점해보려 했지만 사내 반발에 부딪히며 잡음만 키운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사내반발까지 불러오며 브라질월드컵에 사활을 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 전현무 영입 반대, 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로비에서는 KBS 아나운서 협회와 양대 노조(언론노조 KBS 본부, KBS 노동조합)이 자사 아나운서 출신 전현무의 영입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는 “올초 소치 동계올림픽을 진행하면서 타사와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다보니 그 해결책으로 지명도가 높아진 캐스터를 기용하자는 안이 일부에서 나온 이후 문제가 제기됐다”며 “아나운서협회가 주체가 돼 양대노조가 움직이게 됐다”고 헤럴드경제에 전했다. 이들이 결집한 데에는 노사합의 위반과 외부인력 기용에 대한 반발이라는 이유가 따라왔다.
KBS 노사는 지난 2008년 12월 ‘직원의 프리랜서 전환 이후 3년간 KBS 프로그램 참여를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KBS에선 프리 선언한 아나운서가 유난히 많았다. 이로 인해 내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의견이 모아져, 프리랜서로 전환한 자사 직원은 3년간 KBS에 출연할 수 없다는 합의를 했다”는 것이 언론노조 KBS본부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KBS스포츠국에서는 지난 2012년 퇴사한 방송인 전현무를 브라질 월드컵 캐스터 물망에 올리고 영입 움직임을 보였다. KBS 내부에선 이미 오디션을 마친 전현무가 캐스터로 내정됐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이는 노사합의에 위반되는 사항이라는 것이다.
노조 측은 “소치올림픽 당시 내부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한 문제를 수습하고자 외부 인력을 기용하는 것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며 “KBS에도 브라질 월드컵을 중계할 수 있는 전문 아나운서들이 많다. 내부인재 육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 왜 굳이 전현무를…KBS의 속사정 =KBS가 노사합의까지 위반하며 스타 캐스터 영입을 시도한 데에는 소치올림픽 중계방송 성적표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쓰라린 기억에 있다.
지난 2월, 지상파 방송 3사는 이름값 높은 스타 캐스터와 해설위원을 포함한 6~70여명의 중계인력을 소치로 파견해 뜨거운 시청률 경쟁을 벌였다. KBS도 김동성 강호동과 같은 스타들이 해설위원으로 자리해 소치올림픽 중계에 나섰지만, 일부 종목 중계에선 타사보다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굴욕 아닌 굴욕을 맛봤다.
2014년 두 번째 대형이벤트로 나온 브라질월드컵 중계는 KBS에겐 여러모로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였다. 소치올림픽 당시 6년 만에 자사 아나운서 출신 김성주를 캐스터로 기용해 시청률 재미를 톡톡히 봤던 MBC와의 경쟁에서 뒤쳐졌던 것과 지난 8년 간 월드컵 중계에서 밀린 수모를 되갚을 수 있는 이벤트였다. 앞서 2006년 독일월드컵에선 차범근과 김성주를 앞세운 MBC의 완승이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SBS의 단독중계로 KBS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에 KBS에선 중계 시청률을 붙잡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로 자사 아나운서 출신 전현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현무는 KBS 재직 시절에도 특유의 입담을 발휘하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두각을 나타냈던 KBS의 간판 아나운서였다. 프리랜서 전환 이후 전현무는 지상파와 케이블을 종횡무진하며 주가가 뛰었고, MBC의 김성주와 SBS의 배성재를 상대할 스타 캐스터로 전현무가 최선의 카드라는 판단도 선 것으로 비쳐진다.
하지만 현재 KBS는 아나운서국과 양대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전현무도 KBS 측의 제안을 고사한 상황이다. 소속사인 SM C&C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 많아 일정 조정도 어려웠고, 스포츠 중계는 본인의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해 정중히 고사했다”고 밝혔다. KBS는 이에 캐스터 선정 과정에서 1순위로 올라있던 조우종 아나운서에게 브라질 월드컵을 맡겼다.
▶ 월드컵 중계에 울고 웃는 방송사 =월드컵 중계의 경우 어차피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주관방송사가 제공하는 영상을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 시청자는 어느 채널에서 경기를 봐도 같은 중계 화면을 보게 된다.결국 최소 800억원에서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브라질 월드컵 광고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각사에서는 스타들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설자와 캐스터가 시청자의 리모컨을 움직이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스포츠국 관계자는 “방송사가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이벤트에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특히 월드컵 중계권료의 가격은 워낙에 높아 타사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밀릴 경우 방송사가 입을 타격이 상당하나”며 “시청률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광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방송사의 채널 경쟁력이 강화된다. 월드컵의 경우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채널 선정의 가장 큰 요인이 될 수밖에 없기에 이름값 높은 캐스터를 찾기에 분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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