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정어머니께서 호주에 사는 남동생 집에 한달간 다녀 오셨다. 올케가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산후조리도 해주고 큰손주도 돌볼 겸해서다. 며느리의 산후조리를 위해 비행기로 10시간을 날아간다고 하니, 딸인 내가 봐도 참으로 인정 넘치는 시어머니다. 하지만 결과는 ‘아니 한 것만 못한’ 일이 되고 말았다.
넓은 땅에 비해 인구가 적어 대중교통이 불편한 그 나라에서 어머니는 뜻하지 않게 가택연금 상태가 됐다. 어머니는 종일 집에 있어야 해서 힘들었고, 올케는 시어머니랑 같이 있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결국 어머니는 ”도와주러 갔는데 좋은 소리는 못 듣고...“라며 후회를, 올케는 “내가 도와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라는 식이 되면서 없던 고부 갈등까지 생기게 됐다.
좋은 뜻으로 한 일이 나쁜 결과를 맺은 것이다.
‘아무리 나쁜 결과로 끝난 일이라 해도 애초에 그 일을 시작한 동기는 선의였다’
로마제국의 전성기를 연 카이사르의 명언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정부 정책 중에도 이와 유사한 현상을 겪게 할 때가 있다.
가족끼리야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도 있고, 따지고 보면 큰 피해도 아니다. 한데 정부 정책은 차원이 다르다. 많은 이들에게 피눈물을 쏟아내게 할 수 있다. 때로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 일로는 유통가 최고 이슈가 됐던 면세점 사업권이 그렇다.
그동안 면세점 사업권은 재승인 형식으로 기존 면세사업 특허권을 연장해 왔지만 지난 2013년부터 5년마다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경쟁을 통해 입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장기간 독점적 지위나 특혜를 막는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벌써부터 후폭풍이 거세다. 새로 사업권을 따낸 ‘승자’는 브랜드 유치를 못해 한숨을 쉬고, 사업권을 잃은 ‘패자’는 5년간의 투자가 물거품이 됐다.
이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폐점 면세점 직원 2200명이다. 경력 20년차 베테랑도, 갓 입사한 신입도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5년 한시법을 독점 철폐라는 선의의 취지로 통과시킨 결과다.
이같은 딜레마를 예상케하는 경제 정책이 몇몇 있다.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가 이 가운데 하나다.
현재 34.9%로 돼 있는 대부업체의 법정 최고금리를 27.9%로 낮추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는 살인적인 고금리를 규제하겠다는 좋은 취지다. 문제는 최고금리를 낮춘다고 저신용자인 7~10등급의 금리가 낮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대부업체는 신용대출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신용평가를 대폭 강화할 수 밖에 없다. 깐깐해진 신용평가에 저신용자들은 합법적인 기관에서 돈을 빌리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아무리 좋은 동기라도 심사숙고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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