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철강과 조선 등 국내 간판 제조업이 공급 과잉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지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에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로인해 대기업 계열사 중 한계기업 비중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산업계 자발적 구조조정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은 여야 정쟁에 휘말려 연내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원샷법의 키워드는 선제적, 자율적, 정상기업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기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나 통합도산법은 사후적ㆍ타율적 구조조정을 지원하며 부실기업이나 워크아웃기업이 대상이었다.
원샷법은 신용등급이 A등급이나 B등급인 정상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경쟁력을 높이고자 사업재편을 추진하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5년 한시적으로 특례를 주는 게 골자다. 부실이 발생한 이후 이뤄지는 사후 구조조정에는 공적 자금 투입, 실업 발생 등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대기업 한계 기업 비중은 2009년 9.3%에서 지난해 14.8%로 증가했다. 이는 대기업 계열사의 좀비 기업화(재무구조가 부실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못갚는 경우)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업종별로 철강,운수, 조선, 기업 사업군으로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오던 업종들이다.
원샷법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이 지난 7월 의원입법으로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 소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산자위 법안소위는 법안 논의 일정도 잡지 못한 상황으로 내년 정기 국회가 열리는 2016년 9월까지 원샷법 처리가 어려운 것이 아니냐라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야당측이 법안에 반대하는 근거는 ‘대기업 특혜’ 가능성이다. 대기업들이 경영권 승계나 총수 일가 지배구조 강화, 일감 몰아주기 등에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담당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과잉공급 분야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 ▷민관합동 심의위원회 운영 ▷사업재편 목적이 경영권 승계 등인 경우 승인 거부 ▷불법행위 적발시 사후 승인취소 및 과태료 중과 등 ‘4중’ 안전장치를 뒀기 때문에 악용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요구한 대기업 자금지원 금지, 부채비율 200%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채무보증 금지 등은 법안 수정안에 이미 반영됐다. 적용 대상에서 대기업을 빼지 않는 것은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조선과 철강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업종이 실제 구조조정의 주요 대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사업재편의 주요 대상인 대기업을 빼면 법 제정 의미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소수 주주 보호를 위한 조치들도 마련돼 소수 주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될 가능성을 없앴다고 산업부는 강조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원샷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한계 기업들에 대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이 지연돼 경제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확산할 수 있다고 재계 등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특히 원샷법은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최근 어려움을 겪거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업종은 물론이고 건설업과 유통업, 금융업 등 내수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와 조선해양플랜트 협회 등 13개 단체는 지난 7일 국회에 원샷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산업부는 “원샷법을 통해 구조조정의 큰 틀을 마련하고 이후 업계와 논의해 산업별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원샷법 통과가 지연되면 국내 산업 구조개편 및 활력 제고가 같이 늦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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