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중산층의 기준도 달라진다. 소득이 핵심 잣대이지만, 최근 들어 ‘배부르게 먹었다’보다 ‘맛있게 먹었다’가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인 1988년에는 누구나 중산층을 꿈꿨다. 중산층이 아닌데도 3저(저유가ㆍ저금리ㆍ저달러)호황과 88 서울올림픽 특수를 계기로 선진국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은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다.
1980년대 중반 한국경제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다. 1986~1988년 경제성장률은 3년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한 11.2%, 12.5%, 11.9%였다. ‘먹고 입는 것’ 걱정하던 시대에서 갑자기 잘 살게 됐으니, 너나 할것 없이 중산층이었다. 1988년 경제기획원 조사에서 ‘나는 중산층’이라고 답한 사람은 60.6%였다. 뿐만 아니다. 기회와 희망은 계층 상승의 사다리였다.
‘마이홈, 마이카’ 시대도 열렸다. 드라마 속 ‘복권부자’ 김성균ㆍ라미란 가족의 첫차 포니는 중산층의 상징과 같은 자동차다. 여기에 노태우 정권의 주택 200만호 건설로 어마어마한 물량이 쏟아지며 부작용도 속출했지만, 국민들은 마이홈 대열에 속속 합류하는 계기가 됐다.
2015년, 물질적으론 그때보다 풍부해졌다. 그러나 중산층의 소득 기준에 부합하더라도 사람들은 ‘중산층, 내가?’라고 반문한다. 은행빚 갚으면 남은 것 없는 하우스푸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내 일자리, 국민연금 밖에 없는 노후대책, 아이가 하나 뿐인데도 과거 둘셋 때보다 더 들어가는 교육비, 부담이 돼 버린 통신요금. 짓눌린 삶 뿐이다. 2011년 영국 옥스퍼드영어사전 편집진은 올해의 단어로 ‘쥐어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을 선정하기도 했다.
최근의 금수저ㆍ흙수저 논쟁은 상대적 박탈감을 더하고 있다. 내가 중산층이란 인식은 곤두박질쳤다. 중산층의 붕괴로 상층과 하층이 커지는 ‘모래시계형’ 구조가 됐다. 빈곤층은 오늘을, 중산층은 내일을 먹고 산다. 그러나 현재 자기 세대에서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고 믿는 국민은 22%에 불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