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누리과정 예산 4조 필요한데 고작 1조1000억 편성…고작 28%만 확보 내년 보육ㆍ유아교육 대란 우려…관련 단체 길거리 시위 시·도교육감協 긴급회의 제안에도 교육부 “교육청이 책임져라”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누리과정(만3~5세 무상교육) 예산 편성을 둘러싼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예산 떠넘기기 싸움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되풀이되면서 아이들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당장 내년에 필요한 누리과정 예산중 고작 4분의 1만이 확보된 상황이라 보육ㆍ유아교육 대란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관련 단체가 길거리로 나와 누리과정 예산 확보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누리과정 4조200억 중 1조1300억만 확보=18일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ㆍ도교육청에 따르면 2016년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 4조240억원 중 17일 현재 각 시ㆍ도의회를 통해 편성된 예산은 1조1322억원으로, 필요 예산에 28.13%만이 확보된 상황이다.
이를 세부화해서 살펴보면 교육시설인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1조8910억원이 필요하지만 편성된 예산은 7793억원으로, 확보된 예산은 41.21%를 기록했다. 보육시설인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조1323억원 중 1/5도 안되는 3529억원(16.55%)만 확보된 상황이다. 전국 17개 시ㆍ도교육청 중 대구,경북, 울산을 제외한 14개 시ㆍ도교육청이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며 어린이집 지원금을 내년도 예산에 편성하지 않았다. 서울과 광주, 세종, 경기, 강원, 충북, 전북, 전남 등 8곳은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유치원 지원 예산도 어린이집 지원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시의회와 경기도의회는 누리과정이 국고로 해결해야 한다며 내년에 편성한 유치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유치원 누리과정의 지원 예산 편성을 위해 시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며 “예산 통과가 안되면 정말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시ㆍ도교육청, 예산 떠넘기기 싸움만=이같은 상황에도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ㆍ도교육청은 ‘해법찾기’보다는 정치적 논리 싸움만 되풀이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12년 지방재정법시행령 개정으로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의무지출경비로 규정, 시·도교육청의 법령상 의무이기 때문에 누리과정 예산을 교부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때 엄중 대응하겠다”며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는 시·도 교육청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시·도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교육청 의무가 아닐 뿐더러 현실적으로 재원이 부족해 편성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시ㆍ도교육감협의회는 “누리과정 예산 파행은 시ㆍ도교육청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떠넘긴 중앙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누리과정 예산 확보문제로 보육ㆍ유아교육 대란이 우려되고 있는데도 국회는 ‘산 넘어 불구경’이다. 오히려 정부의 내년 예산 편성에 내년 총선용 선심성 예산만 끼어넣고 있다. 국회가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여야의 텃밭인 대구·경북(5600억원)과 호남(1200억원) 등 사회간접자본(SOC) 지역 예산으로만 6800억원을 늘려 확정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여론의 눈총에도 ‘쪽지 예산’ 등으로 각자의 텃밭인 지역 예산을 경쟁적으로 챙긴 것이다.
▶“유아 볼모 정치싸움 중단하라”=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떠넘기기와 책임 전가로 내년 유치원 어린이집 보육ㆍ유아교육 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만약 끝까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는다면 그 여파로 휴·폐원하는 어린이집이 속출하고, 상대적으로 유치원 입학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등 7개 보육·교육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사태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참여단체들은 “대통령과 여당의 무상보육 국가책임제 실현공약이 미이행된 것과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는 태도에 대해 직접 행동에 나선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아이만 낳으면 국가가 잘 키워주는 그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큰소리 치고 있지만 아이를 낳은 학부모들이나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무상보육”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에 보육과 교육본연의 일에만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단의 조치를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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