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이 단기적으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과거 미국 금리인상 시기보다 양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내년에 국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 저금리 상황에서 과도한 빚을 내 집을 산 가계와 한계기업은 버티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1200兆 가계빚…서민 목 조른다=가장 큰 문제는 위험 수위에 다다른 가계경제다. 가계부채 규모는 올 3분기 말 현재 1166조원으로 연내 1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국내 시장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가계부실위험지수(HDRI)가 100을 초과하는 위험가구 수는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수의 10.3%에 해당하는 112만2000가구였다. 이들이 보유한 위험부채 규모는 143조원(19.3%)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미국에 연동돼 우리 금리가 오를 때다. 한은이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금리가 100bp(1bp=0.01%포인트) 상승할 때 위험가구 비율은 10.3%에서 11.2%로 높아졌다. 200bp, 300bp 오르면 그 비율은 12.7%, 14.0%로 높아졌다. 위험부채 비율은 19.3%에서 각각 21.6%, 27.0%, 30.7%로 상승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경기 변동 상황을 가정해 금융회사가 어느 정도의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미리 점검하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영일 금융경제연구부장은 “미국과 한국의 금리가 1.5%포인트 미만으로 소폭 상승할 경우엔 부도 발생 빈도에 큰 영향이 없겠지만 그 이상의 높은 상승폭을 기록할 경우 채무불이행자 수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에 따르면, 국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가계부채(1040조4000억원) 이자부담은 1조70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전체 변동금리 대출가구의 이자비용은 3조4000억원으로 배로 뛴다. 다만 이는 기준금리 상승폭만큼 변동금리가 오를 경우에 한해서다.

이로 인한 연체율 급증도 우려된다.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에 따르면, 시장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0.4%(올해 9월 말 기준)에서 0.8%로 배 가량 오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이 기준금리가 3%포인트 가량 올라 최종 3.5%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도 우리 가계에 큰 충격이 불가피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이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이미 대출금리를 슬금슬금 올리면서 지난 4월부터 출시됐던 2%대 대출상품은 실종되고, 3%대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벼랑 끝 몰리는 한계기업…구조조정 불가피=빚더미에 올라있는 한계기업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우려도 높다. 한계기업이란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기업으로, 회생 가능성이 낮아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이들 기업의 빚은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부실채권으로 전락, 금융기관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어 최악의 경우 국가적 금융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우리 기업의 수출 여건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이다. 대대적 자금 이탈이 불가피한 신흥국은 물론, 유럽의 침체와 중국 성장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조선ㆍ해운ㆍ철강ㆍ건설 업종을 중심으로 퇴출과 구조조정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외부감사를 받는 비금융법인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12.8%에서 작년 말 15.2%로 급격히 늘었다.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3295곳 중 73.9%(2435곳)는 과거에도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적이 있는 좀비기업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시장금리가 지금보다 0.5%포인트 오르면 한계기업이 현재보다 300개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해 우려를 낳고 있다.

내수시장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시장금리가 움직이면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소비심리가 더욱 냉랭해질 수 있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최근 “금리의 인상은 주택가격의 하락을 가져오고 이는 주택과 소비의 수요 감소로 연결된다”면서 “50%의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가지고 있는 경제구조의 경우 1%의 금리인상은 2.8%의 주택가격을 하락시키는 데 반하여 70%의 담보대출비율을 가지고 있는 경제구조에서는 동일하게 인상된 금리에 3.1%의 주택가격을 하락시킨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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