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대법원이 ‘황제노역’ 퇴출 일환으로 일수벌금제 도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20년 넘게 논의만 무성했던 벌금형 제도 개혁이 결실을 볼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단 지난해 발의된 관련 법안들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법무부가 일수벌금제 채택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고 제도의 핵심인 ’1일 벌금액'을 산정하는 방법을 도출하는 것도 쉽지 않아 시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22년간 논의, 이번엔 빛 보나=국내에서 일수벌금제에 대한 논의는 지난 1992년 법무부의 형사법 개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사법개혁위원회와 2009년 18대 국회에서도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채택되지 못했다. 지난 2011년 제도 도입을 검토했던 법무부는 최근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법무부는 행위자의 경제적 사정 등 범죄와 무관한 요소를 양형에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동일한 폭행죄로 처벌받는 경우 A에게 높은 벌금액이 선고되고 B에게는 낮은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은 오히려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수벌금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노역장 유치기간은 360일로, 우리나라의 최대 노역장 유치기간인 3년보다도 짧다”며 “벌금 납부 대신 단기자유형을 선택하는 폐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노역장 유치제도 개선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1일 벌금액’ 어떻게 정하나=이 방안이 성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은 정확한 1일 벌금 액수의 산정과 범죄자의 경제력에 대한 세밀한 조사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3건의 관련 법률에 제시돼 있는 1일 벌금액수의 범위는 최소 1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다양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2년 대법원의 용역보고서는 독일 일수벌금제의 ‘1일 벌금액’ 산정 방식을 통한 시사점을 소개하고 있다. 보고서는 “범죄인의 부양의무액과 기타 지불해야 할 지불 부양의무 및 범죄인의 개인사정을 고려하고 난 뒤 매일 평균적으로 남기는 금액을 대상으로 1일 벌금액을 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이 경우 1일 벌금액이 너무 작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위자(범죄자)가 하루에 벌어들일 수 있는 통상적인 금액’(순소득원칙)으로 1일 벌금액을 산정하고 있다. 이에 기초해 행위자의 개인적 사정과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 일당액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사용되지 않는 사람들(부양가족이 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벌금의 분납도 허용하고 있다
이 방식을 따를 경우 세금, 공과금, 연금불입액 등 법적으로 이행할 의무가 있는 금액을 제외한 일체의 수입과 노동으로 취득한 수입, 자본투자이익, 주택임대료, 실업급여, 의복구입비, 변호사선임료 등이 1일 벌금액의 산정에 포함된다. 독자적인 수입이 없는 가정주부의 경우 벌금의 산정대상이 되는 수입은 용돈을 포함해 실제로 가정주부에게 제공된 생계비가 1일 벌금액에 포함될 수 있고 가정주부가 가족의 수입에서 개인적으로 얼마의 생계비가 제공됐는지는 남편의 수입, 자녀의 수, 가족의 생활수준 등을 기초로 계산된다. 또 예술가 등과 같이 정기적인 수입을 갖지 않은 사람들은 평균 수입이 순소득이 된다.
보고서는 그러나 “현실적인 재판에서 사용될 수 있는 범죄인의 개인적,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는 보편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유토피아에 도달하는 것 만큼이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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