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명의 스티브 잡스가 스튜디오 안을 빼곡히 채웠다. 블랙 터틀넥에 청바지를 입은 일반인 패널들은 ‘상상인재’라는 이름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8대의 카메라가 상상인재를 따라다니고, MC 서경석과 손미나는 일방인 패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이야기를 건넨다. 업계의 유명인사로 자리매김한 강연자들이 순서를 기다린다. 99명의 인재 앞에서 제작진이 던진 화두에 맞는 이야기의 시작. 방송으로는 불과 15분 분량이지만, 현장에서의 강연자들은 한껏 달아오른다. 반짝이는 99명의 눈을 맞추며 그리 짧지 않는 이야기가 이어진 뒤엔 드디어 ‘상상인재’의 차례다. 강연자는 99명에게 아이디어를 구한다.

“여러분, 상상해보세요!”

“해외 공연 무대에서 한국을 상징할 수 있는 무대 장치는(임형주)?”, “고려인삼을 세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제임스진 정장훈 대표)”.

딱딱한 의자와 긴 녹화시간의 피로함도 잊은 듯 상상인재들은 다시 눈을 반짝이며 강연 이후 떠오르는 생각을 아이패드에 적어두고, 자신이 이야기할 차례를 기다린다. 케이블 채널 tvN의 신개념 강연 프로그램 ‘창조클럽 199’의 녹화현장이다.

‘창조클럽 199’는 그간 ‘스타특강’ ‘김미경 쇼’로 이어져온 tvN의 단골 강연 프로그램의 하나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진화가 눈에 띈다. 기존의 강연 프로그램과는 달리 강연자보다 더 큰 위치에 일반인 패널을 놓고 “강연자의 질문에 답을 한다”(박소연 PD)는 논리적 배경을 안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 소통과 융합의 강연쇼 ‘창조클럽 199’ 뭐가 달랐나=“과거엔 천재 1명이 1000명을 먹여살리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1%의 특출난 사람과 99%의 보통사람이 합쳐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입니다. 제작진은 이를 1명의 창조인재와 99명의 상상인재로 정의해 1명과 99명이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미래하는 설정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박소연 PD는 ‘창조클럽 199’의 정체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1명의 창조인재와 99명의 상상인재가 만나 ‘무한대의 가치’를 창조한다는 신개념 강연쇼였다.

이미 기획 초창기부터 제작진은 ‘창조, 창의문화’에 관한 온갖 서적을 섭렵했고, 매회 강연자들이 연설할 주제에 대한 카테고리까지 세워뒀다.

철저한 준비가 수반됐던 만큼 신개념 강연쇼라는 것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강연 프로그램 역시 홍수 상태에 접어들었고, 힐링캠프 식의 강연이 주를 이루고 있던 터라 차별화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했다”고 박 PD는 말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존의 기존의 강연프로그램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의 강연자였고, 다른 하나는 99명의 일반인 패널의 활용이었다.

제작진의 노력은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나타났다. 방송에선 청바지 브랜드 제임스진 정장훈 대표, ’로봇박사‘ 한재권, 월드스타 싸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성은,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 등이 강연자로 나왔다.

강연자 이상으로 무게를 둔 쪽은 99명의 패널들이었다. 제작진은 이들을 ’상상인재‘라고 설정했다. 강연자들의 질문을 받은 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제작진은 이에 방송 시작 전부터 SNS와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을 받았다. 지원요강은 “제2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사람”, “창의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 직접 판단이 모호한 것이었지만, 이후 서류전형과 제작진 면접을 통해 99명의 인재를 추려내는 과정을 거쳤다. 평범한 대학생부터 CEO, 학교 선생님, 개그맨 김경진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한 데 모였다. 김경진 역시 “지적인 이미지로의 변신을 꾀하며 본인이 직접 지원서를 냈다”고 한다. 물론 매회 고정된 99명은 아니다. 격주 금요일 반나절 이상을 녹화에 할애해야 하기엔 일부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참여한다.

커넥티브 강연쇼라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니, 무엇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반인 패널은 물론 강연자의 반응도 좋다. ’창조클럽 199‘에 출연한 강연자들은 한결같이 “이야기를 하러 나왔다가 99명의 다양한 생각을 듣고 나니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며 “한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어 보지 못한 더 큰 그림을 그려가게 된다”는 소감을 전하고 있다.

▶ 상상인재 정노경이 말하는 ’창조클럽 199‘=강연자들이 주목받는 강연쇼를 벗어난 ’창조클럽199‘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 있다.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동대학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정노경(27) 씨다.

’창조클럽 199‘에서는 매회 상상인재들에게 주어지는 특전이 있다. 2명의 강연자들은 각자의 강연을 끝낸 이후 한 무대에 올라 ‘상상토크’ 시간을 통해 두 강연의 내용을 융합한 질문을 던진다. 그 뒤 최고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100만원의 상상코인을 주는 것. 방송마다 한 명일 수도 있고, 서너명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강연자의 재량이다. 이후 마지막 회차분에서 가장 많은 상상코인을 획득한 패널에게 해당 코인을 실제 상금으로 수여하는 것도 ‘창조클럽 199’만의 특징이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상상코인을 가져간 일반인 출연자가 바로 정노경 씨. 방송을 통해 총 4번, 최고의 상상인재로 이름을 올려 200만원 가량을 모았다.

정노경 씨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출연한지 한 달밖에 안됐는데 삶이 많이 달라졌다. 격주로 100명의 사람을 만나며 그들이 가진 창조력의 시선을 접하며 얻어가는 것이 많아졌다”는 말로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인문학을 전공한 평범한 대학원생인 정노경 씨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문은 밑줄 긋고, 사전을 찾고, 쓰는 것이 위주였지 내 생각을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고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때문에 처음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며 “100명이 함께 모이면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 따라가는 사람,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이 있는데 내 경우는 세 번째였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동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녹화 이후면 “혼자 필기하며 공부할 땐 한 줄 밖에 되지 않던 생각들이 99명의 이야기가 더해지니 100개의 코멘트를 가져갈 수 있어 패널과 강연자 모두가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며 “일방적으로 듣기만 했던 강연을 떠나 서로의 아이디어를 융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각이 생긴다”며 놀라워했다.

정노경 씨는 특히 쌍방향 소통 콘셉트의 ‘창조클럽199’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며 “사실 99명의 상상인재들은 나처럼 평범한 학생도 있지만 강연석에 서도 손색없는 대단한 분들이 많다. 이 프로그램뿐 아니라 기타 강연프로그램에 참석하는 방청객들은 일방적으로 배우러 온 사람들이 아니다. ‘창조클럽199’에선 일반인 패널이지만, 강연자와 대등한 마음가짐을 가지게 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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