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의 막이 올랐다.

정부가 메르스 여파로 인한 내수 침체를 극복하고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야심차게 기획한 프로젝트로 약 2만6000개 유통점포 및 업체가 참여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의 이름만 따 온 ‘무늬만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잇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제조업체 중심으로 기획이 돼 할인율이 높아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이번에 정부가 의욕적으로 기획한 ‘코리아그랜드세일(Korea Grand Sale)’은 유통업체 중심의 기획이다 보니 할인율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10%? 블프라는 이름 갖다쓰지 말라”, “세일 안할때도 인터넷에서 사면 훨씬 싸게 살 수 있다”, “돈 아껴서 짝퉁 블프에서 구매말고 진짜 블프때 직구해야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주부 홍유리(36) 씨는 “아울렛에 신상품들도 세일 많이 하는데 그거보다 할인율이 낮다”며 “쇼핑을 좀 한다는 사람들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프리세일 대기하느라고 쓸데 없는 코리아 블프 같은데에 돈 안쓰는 분위기”라고 했다.

또 일부 사이트에서는 “인터넷에서는 1180원에 팔던 과자를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해서 대형마트에서는 90원 할인 1200원에 판다”며 “되레 인터넷에서 사는 것이 더 저렴하다. 생색내기 그만해라”고 비꼬기도 했다.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의 경우 전통적으로 TV를 필두로 한 대형 가전제품이 중심 품목이다.

매년 추수감사절 시즌엔 대형마트에서 999.99달러짜리 가격표가 붙은 대화면 TV를 카트에 싣고 나오는 쇼핑객의 모습이 종종 포착된다. 하지만 코리아그랜드세일은 할인율이 50% 넘는 ‘빅15’의 경우 항공권, 숙박권, 놀이공원 입장권, 공연티켓 등 제조업 제품이 아닌 서비스 상품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국내 대형 가전업체가 동참하지 않는 게 아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프라자 면세매장을 43개에서 61개로 확대하고 TV의 경우 유통점별로 특별 기획모델을 내놓았다.

유커를 잡기 위해 유니온페이ㆍ알리페이 등 모바일 결제 수단도 도입했다.

LG전자도 9월1일부터 진행한 특별가체험 이벤트를 연장해 코리아그랜드세일 기간에도 올레드 TV 등을 특가로 판매한다.

그러나 국내 대형 가전업체들이 동참하고 나섰지만 할인폭이 30~40%에 이를 정도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만큼 파격적이진 않아 소비자들에게 시작도 하기전에 조롱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과 미국의 가전제품 유통구조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이른바 ‘유통 파워’가 국내 시장보다 월등히 세다. 특히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는 연중 물량 중 상당 부분을 미리 받아뒀다가 한꺼번에 풀기 때문에 할인폭이 국내보다 훨씬 커지는 것”이라며 “국내 시장에서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수준의 할인율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미국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TV를 직접 배송ㆍ설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통해 추가로 가격 할인이 이뤄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시장에서 블랙 프라이데이를 겨냥해 내놓은 전략제품(타깃팅 모델)과 국내 일반 출시 제품을 단순히 가격만 놓고 비교하면 차이가 많지만 모든 제품이 다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