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대대적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됐다.
정부가 수출과 투자 부진을 소비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을 기반으로 마련한 행사다.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펼쳐진다.
미국 연간 소비의 약 20%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대규모 할인행사 ‘블랙 프라이데이’에서 착안한 이벤트다.
살만한 제품들이 뭐가 있을까? 일단 온라인부터 쭉 둘러봤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딱히 ‘건질만한’게 없다.
뭔가 이상하다.
▶태생부터 다른 ‘한국 블프’ VS ‘미국 블프’=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유통매장들이 팔지 못한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큰 할인율을 내세워 판매하는 행사다. 하지만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이와는 태생부터 판이하다.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주도하는 행사이기 때문. 유통업체들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참여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경우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은 미국인들이 1년중 ‘가장 싸다’고 생각될 정도로 엄청난 할인율을 자랑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17년째 거주 중인 교포 이사라(33) 씨는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베스트 바이(Best Buy. 한국의 하이마트와 같은 대형 가전매장) 앞에 밤새워 줄을 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며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는 가전, IT 제품을 절반정도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경우 매장 개점 직후 1~2시간 정도 수십 달러 어치의 각종 생필품 묶음을 1달러의 균일가격으로 판매한다. 이때 할인율은 90% 이상이다.


이 ‘대박가’는 미국과 한국과 유통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경우 영토 자체가 넓기 때문에 배송비 역시 비싸다. 공산품의 경우 업체들은 배송에 대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장에 연초에 1년 판매할 재고를 받아둔다.
각 매장별로 내년 물품 구입목록이 확정되면 현 재고를 비워야 한다. 미국 전역의 매장에 재고를 나눌수는 있지만 재고의 배송비와 인건비를 들여가며 재고처리를 하느니 차라리 그 물품을 운반해줄 의무를 소비자가 지게 하는 게 공급자 측면에서 훨씬 이득이다. 한꺼번에 물량을 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할인율도 대폭 커지고 이 혜택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애시당초 영토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매장 간 거리가 미국처럼 수백 km에 달하지 않는다.
때문에 재고가 남아도 저렴한 인건비와 인구밀집형 구조로 얼마든지 매장간 교류가 가능하고 재고소진이 수월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미국처럼 재고를 연초에 쌓아두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대대적으로 내놓을만한 물량도 없고, 할인율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럴거면 왜 그랬어’, 인색한 할인율= 결국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입소문을 통해 소비를 유도하는 낚시용 마케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대한민국은 365일 세일중’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일의 홍수다. 세일이라는 문구가 붙지 않으면 사실상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란 쉽지 않다.

백화점의 세일은 매년 100일이 넘고 대형마트는 매일 ‘OO행사’라는 이름으로 할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하는 백화점 역시 매년 진행하는 ‘가을 정기세일’을 이름만 바꿨을 뿐이다.
할인율은 어떨까.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클라스’ 라며 한 마트의 매대 가격표가 공개됐다. 모 제과회사의 초코과자를 정가 1290원에서 1200원에 판매하고 있는 모습이다. ‘KOREA GRAND SALE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붙은 라벨에서 실소가 터진다.

온라인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모 오픈마켓에서는 ‘50%할인쿠폰 30만원이상 결제시 최대 5천원 할인’을 내세우거나 선착순 3명에게 특가 제공’, 3000원 쿠폰 하나를 제공하면서 ‘5만원 이상 구매시’, ‘할인 중복 불가’, ‘10만명 쿠폰 소진시 불가’ 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달기도 한다. 안하느니만 못한 이벤트다.
스크래치 상품이나 비인기 색상, 사이즈 같은 악성재고품을 마치 파격할인처럼 보이게 진열하기도 한다.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 기존의 할인 품목처럼 1+1, 2+1 행사를 한다던가, 무이자 할부가 기간을 기존보다 늘린다든지, 카드 포인트 적립을 조금 더 후하게 얹어줄 뿐이다.

정부가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전국적으로 유통업체들을 독려하고 나선 것은 가상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 스마트쇼퍼가 되는 길 = 손해볼 건 없지만 이득볼 것도 없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낚이지 않으려면 결국 엄선된 정보가 필요하다. 내세운 할인율만 보지말고 최저가와 배송비, 카드혜택, 반품여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사는 것이 현명하다. 특정 미끼 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에 10~20%의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하므로 평소 온라인 쇼핑몰이나 백화점에서 늘 진행하는 할인쿠폰 세일 기간과 비교가 필수다.
오리지널인 블랙프라이데이인 미국 직구도 방법이다. 미국의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는 오는 11월 27일시작된다.
한국시간으로 11월 28일이며 미국 동부, 서부 시차에 따라 국내에서는 오후 2시 또는 오후 5시부터 시작된다.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거의 모든 온라인 쇼핑몰이 동참한다.
미국 브랜드인 갭, 바나나리퍼블릭, 토리버치,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마이클코어스 등의 인기브랜드는 50%이상 할인율을 보이고 메이시스(Macy’s), 블루밍데일즈(Bloomingdales), 노드스트롬(Nordstrom), 삭스피프스애비뉴(Saks Fifth Avenue) 등 명품 위주의 백화점 사이트들도 구매금액별로 큰 폭의 할인율을 제공한다.
아마존(Amazon), 베스트바이(Best Buy) 등에서는 태블릿 PC부터 스마트폰, UHD TV 등을 착한 가격에 살 수 있어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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