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대외 악재로 코스피가 맥을 못추는 가운데, 시장에 숏(공매도) 대기 물량인 대차잔액이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사 등으로부터 주식을 빌려오는 대차거래는 상당수 공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방법이어서 시장 수급에 간과할 수 없는 변수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기준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에서 대차잔액이 44조6250억원으로, 작년말(33조7810억원)보다 10조원 이상 늘었다.
이달 11일에는 44조7580억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차잔액은 수량 기준으로도 14억3351만주에 달해 지난해 말보다(10억6079만주)보다 35%나 늘었다. 이 가운데 70% 수준인 9억8000만주는 유가증권시장 잔고다.
대차거래는 그간 통상 주가 상승 시에 일어났다. 주가가 오르면 숨고르기 장세에 들어갈 것에 대비해 주식을 빌려 공매도하고 향후 하락시 싼 값에 되갚으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올 들어서는 코스피가 계속 조정장을 이어갔는데도 대차거래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에 따라 관심이 높아진 건설주 등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올 들어 이달 13일까지 대차거래 체결이 많은 상위 10종목 가운데 대우건설(2947만주), 두산인프라코어(2452만주), GS건설(2308만주) 등이 포함됐다. 경기회복 기대감에 주목받은 기업은행(6101만주), 우리금융(1720만주) 등 금융주도 체결이 많았다.
한화케미칼(2205만주), 현대상선(2231만주) 등 업황 전망이 엇갈리는 종목들도 주가 변동성에 베팅한 세력이 늘어난 듯 대차거래 체결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차거래 증가는 롱숏펀드의 인기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차거래의 90% 이상이 외국인에 의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롱숏펀드 규모가 2조원대로 성장하면서 국내 펀드도 주식 대여를 통한 숏 전략 구사가 늘었다.
한국형 헤지펀드까지 더하면 롱숏전략을 구사하는 펀드 규모가 4조원대로 불어나기 때문에 향후 대차거래 역시 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차물량 모두가 공매도로 연결되진 않는다. 하지만 주가 하락 시 공매도로 차익 챙기기를 염두에 둔 만큼, 수급에 긍정적이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연계증권(ELS) 등에서 위험회피(헤지)를 위해 주식 대차가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러나 대부분은 공매도를 목적으로 주식을 빌리는 만큼, 당분간 시장 전망을 상승보다 하락으로 보는 투자세력이 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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