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트렁크 살인 사건’은 김일곤(48)의 복수극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적잖다. 김일곤의 지나치게 태연한 모습도 이같은 의심을 키우고 있다.

23일 오전 10시 서울 성동구 홍익동 빌라 근처에서는 김일곤이 피해자 주모(35ㆍ여) 씨의 시신이 담긴 자동차 트렁크에 불을 붙이는 범행 상황을 재연하는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사진=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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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께 사건 현장에 도착한 김일곤은 시종 담담한 표정으로 현장검증에 응했다. 차량 번호판을 갈아 끼울 때도, 차량에 올라 탈때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김일곤 검거 닷새째, 경찰은 오는 25일 오전 김일곤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지만 아직도 ‘트렁크 살인 사건’에는 의문을 자아내는 부분은 적잖다.

앞서 김일곤은 주 씨를 납치한 이유에 대해 지난 5월 자신과 접촉사고로 시비가 붙은 김모 씨를 살해하는 데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진술했다.

주 씨를 ‘도우미 여성’으로 위장시켜 노래방 업주인 김 씨를 유인해 납치, 살해하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김일곤이 검거 당시 김 씨의 이름과 더불어 1992년부터 자신을 괴롭혔다고 생각한 28인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지니고 있던 만큼 이같은 진술은 힘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도우미 여성 역할을 찾기 위해 왜 굳이 천안까지 갔으며, 노래방 업주 김씨와 아무 연관도 없는 주씨를 왜 범행대상으로 선택했는지, 또 김 씨에게 직접 복수를 하지 않았는지 등은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특히 김일곤이 주 씨의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한 점은 이같은 의혹을 증폭시킨다.

김일곤은 주 씨가 숨져버려 김 씨에 대한 살인 계획이 무산되자 화가나 시신을 훼손했다고 진술했지만, 시신의 훼손 부위를 미루어 성폭행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일곤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차를 불태우려 했다는 진술 등을 상기한다면 가능성은 작지 않다.

범행 이후 행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다.

범행 직후 강원도와 부산 등을 오갔던 김일곤은 검거 전날까지 나흘간 경기도 하남의 한 모텔에서 머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기간 어디를 다녔는지는 수사가 더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추가 범행 계획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일곤이 동물 안락사용 약물을 구하려 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은 남는다.

김일곤이 조사 과정에서 ‘쪽지’에 적힌 28명을 “다 죽여야 한다”는 등의 말을 반복한 만큼, 추가 살인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한 게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태환 서울종합동물병원 원장도 “일반적으로 안락사용 약물은 50㎖, 100㎖ 단위로 나온다”면서 “정맥에 주사를 놓는다면 적은 양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어, 50㎖만 가져도 최소 3~4명의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rim@heraldcorp.com